[브릿지 칼럼] 선진국(先進國)다운 선진국(善進國) 되어야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입력일 2021-07-22 13:47 수정일 2021-07-22 13:48 발행일 2021-07-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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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대한민국이 선진국(Developed Country)의 지위를 부여받았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지난 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68차 무역개발이사회 폐막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한국을 선진국 그룹에 포함했다.

한국은 그동안 개도국 그룹에 있었는데 이번에 미국·프랑스·일본 등이 있는 선진국 그룹으로 바뀌었다.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의 변경은 1964년 UNCTAD 설립 이래 한국이 처음이다. 2020년 한국의 경제규모가 세계10위로 올라서고 1인당 국내 총생산(GDP)도 처음으로 이탈리아를 추월한 바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여섯 번째 큰 무역을 위한 원조공여국(AID for-Trade doner)이다.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우리가 정말 선진국인가? 국민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6월 23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 4년 간 서울 아파트 평균값은 93% 올랐다고 한다. 또 머서 ‘2021 세계도시 생계비 조사’에 의하면 서울 식빵값은 세계 1위, 생계비는 세계 11위에 달한다. 6월 2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폭이 G5(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의 2.6배에 달한다. 기업의 GDP 대비 부채 역시 한국(16.7%포인트)이 G5(14.9%포인트)보다 증가폭이 컸다.

사회에는 따뜻함보다 갈등, 분노의 기운이 강하다. 유엔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국가별 국내총생산, 기대수명, 삶의 질, 사회적 지원 등을 집계한 2021 세계행복보고서를 분석해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5월 발표한 걸 보면 한국의 국민행복지수는 OECD 37개국 가운데 35위다. 핀란드, 덴마크가 1, 2위이고 한국 뒤로는 그리스·터키가 있을 뿐이다.

노인빈곤율도 높다. 2018년 기준 43.3%로 OECD 평균(14.8%)의 세배 수준이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3포’를 넘어 내집마련, 꿈·희망까지 포기한 ‘N포’가 대세인 한국이다. 경제적 성과가 증대한만큼 지속가능사회로의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 오래전부터 지적해온 한국의 정치·사회적 병폐가 뭐냐하면 3불(三不)이다.

첫째 불(不)은 불결(不潔)이다. 깨끗하지 못함, 부패다. OECD 국가 중 꼴지 반열이다.

두 번째 불(不)은 불공정(不公正)이다. 판 자체가 뒤틀린 것이다. 그래서 온갖 곳이 부글부글 끓는다. 평상시 갈등의 극단적 상징은 자살이다. 세계 1위 자살공화국이 바로 한국이다.

세 번째 불(不)은 불질서(不秩序)다. 무질서(無秩序)는 위아래 모두 질서를 지키지 않는 것이고 불질서는 아래는 질서를 지키는데 위는 질서를 지키지 않는 한국형 무질서다. 새로 만든 조어다.

세월호 사건을 보라. 선장과 그 일당은 일찌감치 배를 탈출했다. 꼼짝말라는 배의 마이크 안내방송으로 어린 학생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3불을 깨야 한다. 그래야 선진국(善進國)다운 선진국(先進國)이 될 수 있다. 요즘 대선 후보들이 공정을 외치고 있다. 누가 먼저 청결과 공정과 질서를 지켜야 할까.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