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성격 달라 이혼한다고요?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입력일 2021-07-18 15:05 수정일 2021-07-18 15:15 발행일 2021-07-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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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상담실에 들어온 남편이 이혼을 원한다며 말했다. 아내의 성격이 자신과 안 맞고 서로 너무너무 다르다고. 더 이상 못살겠다고. 어떤 점에 매력을 느껴 결혼하게 됐는지를 묻자 자신과 다른 면이 좋았다고 했다. 결혼 전엔 분명 매력으로 느껴졌던 면이 결혼 후엔 못 견디게 싫어지는 이유가 되어버린 셈이다.

이런 아이러니는 새삼스럽지 않다. 많은 부부가 만나 경험하며 살아가는 얘기다. 다만 이런 아이러니를 어떻게 풀어가느냐는 저마다 달라서 이혼과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가 하면 ‘저 사람은 저렇구나’라며 상대를 받아들이거나 감내하고 살기도 한다.

다르다는 것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내면의 특성이다. 누구나 서로 다른 모습과 성향을 가지고 있고 타인과 구별되는 그런 특성이 ‘나’라는 존재를 위치시킨다. 장단점을 떠나 그 사람만의 매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이 꽤나 어렵다. 우리의 자기중심적인 시각 때문이다.

남편은 자신보다 퇴근이 늦는 아내를 대신해 매일 저녁상을 준비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준비가 지연되며 아내가 귀가할 시간이 되자 하루쯤은 아내가 준비해도 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집에 들어서자 남편이 저녁준비는커녕 할 생각도 없이 앉아 있는 것을 봤다. 부랴부랴 저녁을 준비하며 화가 나기 시작했다. ‘아니, 저녁준비를 하기로 해놓고 저렇게 앉아있어도 되는거야? 약속도 안 지키고 정말!’ ‘내가 매일 해왔는데 한번쯤은 자기가 해도 되는 거 아닌가? 그렇게 눈치 주며 기분 나빠해야 할 일이냐구!’

서로 ‘제멋대로다’ ‘냉정하다’며 시작된 냉전과 갈등은 부부상담조차 따로 진행해야 할 만큼 서로에 대한 불신으로 치달았다. 결국 부부는 배우자를 도저히 같이 살 수 없는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로 결론내고 만다. 서로의 입장이나 생각이 다르지만 그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면서 시작되는 비극이다.

다르다는 것은 나와 상대를 구별하는 존재적 경계다. 나는 이런데 저 사람은 어떤지를 궁금해하고 확인하는 데서 출발하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은 ‘나는 이런데…’가 아니라 ‘이건 이런 건데…’라며 자신의 생각이 당연하다고 여기면서 시작한다. 상대 역시 자기 생각이 당연하다고 여기며 나오기에 서로 부딪힐 수밖에 없다.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데는 서로의 생각과 감정, 느낌이 다를 수 있음을 인지하고 구별하는 힘이 필요하다. 문제는, 아내나 남편은 가장 가까운 관계이지만 그럼에도 자신과 다른 타인이라는 사실을 간과하는 데 있다. 자신과 일치되길 바라고 그게 친밀함의 증표인 것처럼 여긴다.

한동안 MBTI 성격검사가 관심을 끌었다. 직관적인 TJ유형은 싸우면 이성적으로 설득되기를 바라지만 감각적인 NF유형은 감정부터 추스르며 시간을 갖기 원한다. 어떤 게 더 나은 성격일까. 당연히 좋고 나쁜 건 없다. 있다면 자기 기준을 중심으로 생각하며 나온 평가와 비난일 뿐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은 결국 상대가 잘못이라는 생각부

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부부는 서로 다름을 이해하며 바뀌기 시작했다.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