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공연예술계 심폐소생 급하다

이재경 건대교수/ 변호사
입력일 2021-07-12 14:05 수정일 2021-07-12 14:06 발행일 2021-07-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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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건대교수/ 변호사

사실상 봉쇄, 록다운(Lock Down)이 시작됐다. 해질녁 6시부터는 2명만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 거리두기가 수도권을 인정사정없이 강타하고 있다. 식당, 헬스장 등 수많은 자영업 관계자들도 망연자실하고 있지만 변변한 유형자산조차 없는 문화예술인들은 코로나 대유행이 다가올 때마다 꼼짝없이 희생양이 되고 만다. 이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는 관객과의 거리두기를 의미하며 이는 생계수단과의 아득히 먼 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12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급하게 4단계로 격상됐다. 지난해 초부터 1년 반 동안 연명장치로 겨우 목숨을 이어가던 문화예술계는 심박정지 상태에 이를 지경이다. 정부의 거리두기 4단계 지침에 따르면 박물관, 미술관은 시설면적 약 1.8평당 1명으로 계산한 수의 30% 이내로만 수용할 수 있다. 영화관, 공연장의 경우 기존 시행되던 좌석 한 칸 띄우기에 덧붙여 오후 6시 이후 2인으로 ‘동반자’의 기준을 판단한다.

거리두기 4단계 격상과 함께 ‘싱어게인 톱10’ ‘미스터트롯 대국민 감사콘서트’ 등 공연이 속속 취소되는 형국이다. 6월 중순 최대 4000명까지 관객을 수용하는 거리두기 조정안이 적용되면서 공연들이 재개되는가 싶더니 티켓을 발매한 공연마저 허용 인원이 대폭 줄어들자 취소·연기되고 있다. 몇몇 행사는 비대면으로 각자 도생을 노린다. 지난해부터 쭉 지켜봤던 수순이다.

언제까지 문화예술계는 확진자 숫자 전광판만 바라보아야 하는지. 코로나 팬데믹의 발생이나 확장은 정부의 책임이 아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대책 부재는 전적으로 국가의 과실이다. 특히 공연예술계는 1년 넘게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OTT 등으로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드라마, 영화는 그럭저럭 선방하고 있고 온라인 전환이 가능한 미술계는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관객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공연예술 분야는 온라인 공연만으로 결코 채워질 수 없는 구멍들이 여기저기 뻥뻥 뚫려 있다.

전년 대비 90%의 매출 하락, 4000억원의 적자라는 수치는 공연예술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초 객석 띄어앉기 조치 완화 덕분에 공연 종사자들 사정이 지난해보다 미미하게 나아지고 있지만 4단계가 몇달 간 지속된다면 손익분기점 근처에도 못 간 채 산업 자체의 붕괴를 앞당기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공연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약 8만명의 배우, 노동자들의 일자리에 대해 당국은 그저 뒷짐만 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연장에서 코로나 감염, 유행사례는 공식적으로 단 1건도 없었지만 정책상으로 아무런 고려가 없다.

마스크를 벗기 때문에 감염 우려가 높은 식당 등의 시설과 달리 공연장은 공연 관계자와 관객이 함께 조성한 안전제일의 특수공간이다. 하지만 공연예술계의 특수 상황은 매번 간과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특별한 구제조치가 내려져야 한다. 산업군별 백신접종시 공연예술인을 우선 배려해주면서 객석 점유율을 점차 확대해야 한다. 비수도권의 공연행사를 확대 유치하고 공연예술 종사자에 대한 특별 재정 지원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심폐소생술은 때를 놓치면 아무 소용없다. 사람의 생명도, 공연예술계의 심장도 마찬가지다.

이재경 건대교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