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바지' '쥴리'보다 중요한 것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기자
입력일 2021-07-07 14:21 수정일 2021-07-07 14:26 발행일 2021-07-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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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사진)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차기 대선 후보의 시간이 활짝 열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예비 경선 중이다. 오는 11일 예비경선에서 살아남는 6명이 가려진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은 이재명 경기지사를 둘러싼 나머지 후보들의 공세로 진행되고 있다. 1차 토론회 때부터 반이재명 정서는 분명하게 나타났다. 박용진 의원은 이 지사가 기본소득에 대해 주춤한 태도를 보이자 ‘말바꾸기’라고 비난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 지사가 고향인 안동을 방문해 한 발언이 ‘지역주의’ 조장이라고 비판했고 정세균 전 총리는 2차 토론회에서 이 지사의 스캔들을 캐물었다. 이 지사는 국민 면접에서 비슷한 질문을 받았었고 선을 그은 바 있었지만 정 전 총리가 재차 질문을 하자 ‘바지를 한 번 더 내려야 하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대체로 민주당 경선 흐름을 보면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지사의 경쟁력을 최대한 ‘정치적으로 검증’하겠다는 의중이 드러난다.

보수 야권에서 가장 강력한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경우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출마선언 이후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민생투어’라고 하여 지역을 방문해 국민 여론을 듣는 행보다. 손학규 전 의원이 경기도 지사직에서 물러난 이후 실시했던 ‘민생대장정’과 닮은꼴이다. 윤 전 총장은 서서히 전직 검찰총장의 옷을 벗고 현실 정치인의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진석, 권성동, 하태경, 권영세 등 국민의힘 여러 명의 의원들을 따로 만났고 대선 후보인 원희룡 제주지사도 만났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우연히 행사장에서 만났고 상견례까지 했다. 윤 전 총장의 거침없는 행보와 별도로 의혹과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장모인 최 모씨는 3년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었다. 배우자인 김건희씨는 한 인터넷 매체와 ‘쥴리 논란’에 대한 해명을 하고 나섰다.

대선 유력 후보와 관련된 각종 논란을 보니 대선일이 꽤나 가까워진 모양이다. 여야 유력 후보인 이재명 지사와 윤석열 전 총장은 일반적인 여의도 문법과 다른 유형의 정치인이다. 이 지사는 한 번의 국회의원 경험도 없지만 성공적인 단체장 성과를 통해 대선 후보로 우뚝 섰다. 대중적 인지도는 높지만 정치권 기반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윤 전 총장 역시 현 정부의 검찰 개혁에 대립각을 세우며 ‘반문 정서’의 상징으로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고 있다. 정치 경험은 전무하다.

대선 후보에 대한 신변 검증은 필요한 일이다. 지난 정부처럼 국정 농단과 국정 붕괴 상황으로 이어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변잡기식 검증은 결코 좋은 대권 후보를 선별하는 지혜가 아니다. 유권자들은 좋은 선구안을 가지기보다 마타도어와 네거티브 접근에 더 혼란해지는 ‘카오스’를 겪게 된다. 유력 주자를 검증하는데 있어 핵심은 ‘여배우 스캔들’이나 ‘배우자의 예명’이 아니다. 후보 자신과 가족에 대한 도덕적이고 법적인 해명이 필요한 사안이라면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충분히 소명되었거나 가치 없는 논란에 대해 과도하게 집착하고 공격한다면 정치적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1200명을 넘어서는 등 4차 대유행의 위기에 처해 있다. 비상시국에 대선 후보를 향한 검증은 ‘바지’나 ‘쥴리’같은 논란이 아니라 얼마나 차기 대통령감으로 준비되어 있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송곳 검증’이 되어야 한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