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스마트폰속의 비급들

김시래 동국대 겸임교수, 한국광고총연합회 전문위원
입력일 2021-07-04 15:40 수정일 2021-08-03 13:14 발행일 2021-07-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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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 성균관대 미디어융합대학원 겸임교수. 인터넷신문 광고심의위원

1995년 늦가을의 일이다. 전설적인 광고기획가인 이용찬 선배와 일한 적이 있다. 휘발유 브랜드 엔크린 광고를 수주하기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함께 준비했다. 그분은 발표회를 이틀 남기고 기획서를 쓰셨다. 연필 몇 자루와 A4 용지를 챙겨 남산에 있는 호텔로 들어갔다. 챙겨간 자료를 드리고 자고 일어나 보니 책상 위에 두툼한 종이뭉치가 타이핑을 기다리고 있었다. 막판이 돼서야 발표 준비를 하는 것은 그후로도 한결같았다. 상대를 압도할 자신감을 불어넣는 과정이라고 했다. 일의 성과를 위해 자기 스스로 사선을 만들고 그속으로 뛰어드는 사람들이 있다. 정신일도 하사불성을 믿는 것이다. 그러나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비즈니스의 성패를 가르는 시대가 왔다. 일을 대하는 태도와 습관도 거침없는 피봇이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마스크의 변천사를 보자. 황사를 거르다 세균을 막아내고 활동성을 위해 끈을 없앴다. 요즘엔 자신을 알리기 위해 주기표를 단 제품도 쏟아진다. 시대의 흐름을 읽는 감수성이 비즈니스 아이디어로 유연하게 발휘된 결과다. 일하는 스타일도 단거리 경주자의 순간적이고 폭발적인 스퍼트보다 기후와 코스에 따라 체력과 스피드를 분산시켜 안배하는 장거리 마라토너의 주법이 필요하다.

인생을 디자인하는 태도도 마찬가지다. 최근 만난 호텔청소용역 구인앱 ‘Hogoo 153’의 한윤덕 대표는 코로나로 흩어진 룸 클리닝의 달인들을 모아 호텔의 구인난에 대비하고 주부들의 가사 노동도 돕겠다고 했다. 어떤 방면의 전문가들을 한곳에 모아 필요한 곳, 필요한 시간에 맞춰 쓰는 플랫폼이 생기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백세시대를 맞는 당신도 팔방미인의 신분증을 준비해야 한다.

그렇다면 일과 인생을 분리시키지 않고 함께 성장하겠다는 전향적인 태도와 실천이 필요하다. 매일 마주하는 일상 속에서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발견하고 기록하는 비급 몇 개를 전수한다. 이 모든 것은 당신의 스마트폰 안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것들이다.

데이터나 정보의 저장용으로 구글 킵을 추천한다. 찍은 사진 속에 담긴 문자를 그대로 내려받을 수 있다. ‘이미지에서 택스트 가져오기’ 기능을 사용하면 된다. SNS로 전송하는 기능, 음성녹음이 지원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미지와 문자를 결합해 자신의 관점을 만드는 훈련은 ‘세줄일기’ 앱을 쓰면 좋다. 찍은 사진에 세 줄 안쪽의 자신만의 관점을 써서 올리면 된다. 다른 이들의 관점을 살펴보는 잇점이 따라온다. 인용하고 묘사하고 비유하는 긴 글쓰기는 ‘브런치’ 앱을 추천한다. 개인들의 창의적 관점들이 엄청나게 쌓인 곳이다. 가입 자격을 얻었다면 당신의 필력도 인정받은 셈이다. 영상과 사진, 문장에 음악까지 입힌 영상 콘텐츠를 만들려면 클립 등 스마트폰 자체의 앱도 있고 네이버 블로그 속의 모먼트나 인스타그램 속의 릴스를 쓰면 된다. 30분이면 배울 정도로 쉽다.

심심풀이 삼아 당신의 여정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주위에 선물해보라. 동영상의 시대, 뜻밖의 환영을 받을 것이다. 지지자보다 호지자, 호지자보다 낙지자라고 했다. 즐기다 보면 어느날 전문가가 된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김시래 성균관대 미디어융합대학원 겸임교수. 인터넷신문 광고심의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