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2대 8' 가구소득의 미래

엄길청 미래경영학자/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
입력일 2021-07-05 13:58 수정일 2021-07-05 17:25 발행일 2021-07-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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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엄길청 미래경영학자/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대는 예고가 없다. 지금 우리는 바로 그런 세상을 살고 있는 듯하다. 산업혁명과 팬데믹이 겹쳐 찾아온 작금의 지구는 거대한 ‘축(axis)의 전환’이 시작된 느낌이다.

가구소득 구간은 5분위로 나눈다. 상위 20%가 바로 5분위인데 우리의 경우 2021년 현재 연간 약 1억 원 이상의 수입을 가진 가구들이다. 코로나의 극심한 피해에 정치인들은 재난기본소득을 다시 지급하자는 논의를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하위 80%란 가이드라인이 눈에 띈다.

상위 20%는 다른 말로 하위 80%인데, 어느 정당은 이 라인 아래 소득자를 모두 지급 대상으로 하자는 주장을 내어 놓는다. 막대한 돈이 드는 것도 그렇지만, 소위 중상층이라는 상위 20~40%까지도 기본소득 대상에 들어가게 하자는 제안을 놓고, 반대하는 정당에선 재정압박과 지나친 포퓰리즘이라고 논박을 한다.

그러나 미래경영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 논쟁에서는 미리 예고된 미래의 가구별 재정의 처지를 미리 내다보게 된다.

그런데 갑자기 왜 상위 20%이고, 하위 80%인가. 2대 8의 분리구도도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익숙한 구획정리이다. 지금 상위 20~40%대의 중상층 가구들은 대략 월간 500만~600만원 이상의 가구수입을 버는 가정이다. 직장에서는 주로 책임자와 관리자들이고, 거리에서는 자리를 좀 잡은 자영업자들이다.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그 아래 소득자의 입장보다는 좀 여유가 있을지 몰라도 다가오는 미래는 아주 엄중하다.

직장인이라면 다시 대면직장으로 돌아가더라도 기다리는 일은 수평적인 독자 업무일 가능성이 아주 크다. 관리자나 책임자의 수당이 임금에 반영되기 어렵다는 말이다. 자영업이라면 점점 거리의 점포와 회랑형 비즈니스는 배달과 주문의 빅테크 열풍 앞에서 사양길이 분명하다. 결국 20~40%의 중상층들도 시간이 갈수록 잠재적인 중간층이거나 아래 소득구분으로 갈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다.

젊은이들이 요즘 주식투자에 관심이 높다. 그들은 정치에도 관심이 높아 보인다. ‘참여적 관찰자’라는 입장이 있다. 어떤 사안에 주도자는 아니지만 참여해 관찰한다는 말인데, 지금 미래 경제는 소수의 창조적 주도자들이 이끈다. 빅테크만 해도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젠 금융시장, 문화시장을 넘나든다. 많은 인력이 일하는 시중 금융그룹보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온 신생 인터넷금융회사들의 시가총액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추정도 나온다.

특단의 정치적인 노력으로 격차의 속도를 늦추고, 소득감소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하더라도 이대로 가면 80%의 가구는 하위라는 큰 구획을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1960년대 우리 국민의 80%는 농민이고 농촌에 살았다. 그 당시 그대로 농촌에 살면서 산업사회가 진행되었다면 많은 농가가 극심한 빈부격차를 경험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농민의 80%가 도시로 이동해 근로자로, 자영업자로 변신했다.

그런데 이제 또 많은 가구들의 미래 인생이 어딘가로 이동해야 한다. 요즘 젊은 가정은 유난히 캠핑을 좋아한다. 저런 행동들이 어쩌면 곧 찾아올 ‘이동의 계절’에 대비하는 소위 기동훈련일지도 모른다.

엄길청 미래경영학자/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