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메타버스에서 드론 날리기

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
입력일 2021-06-28 15:05 수정일 2021-06-28 15:06 발행일 2021-06-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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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은 2018년 개봉한 미국의 SF 영화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연출작으로, 어니스트 클라인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암울하기만 한 2045년, 상상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가상세계 ‘오아시스(OASIS)’ 속에 숨겨진 이스터에그를 찾는 모험을 그린 이야기다.

코로나19로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새로운 소통 플랫폼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가상세계에서 게임이나 업무 등 현실의 활동을 그대로 할 수 있는 메타버스(Metaverse)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메타버스는 ‘어디 너머의’를 뜻하는 메타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가 합쳐진 말로, 자신을 닮은 아바타를 통해 소통할 수 있는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한다. 기존 게임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아바타에 자신을 투영하고 경제적 활동을 하는 등 일상생활을 가상 공간에 구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코로나19 때문에 언택트 문화가 갑작스럽게 발달하면서 재택근무와 원격 교육, 랜선 라이브나 랜선 여행 같은 가상 이벤트도 많이 열리는 등 언택트 문화를 즐기는 장소가 메타버스가 된 것이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도 “메타버스는 인터넷 뒤를 잇는 가상현실 공간이 될 것”이라며 불을 지피기도 했다. 일례로 네이버의 메타버스 서비스인 ‘제페토’는 사용자의 사진을 업로드하면 자신을 똑 닮은 캐릭터가 제작돼 실제로 대화하는 듯한 현실감을 주고, 미국의 ‘로블록스’는 가상화폐인 로벅스를 통해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나온 지는 오래됐지만, 최근 들어서야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2003년에 ‘세컨드 라이프’라는 서비스가 나왔지만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2년 만에 폐지됐다. 세컨드 라이프가 망하면서, 메타버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사그라졌다.

때마침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세상의 모든 관심이 그쪽으로 향했다. 다만 이때 남겨진 아이디어가 몇 가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차세대 인터넷이 갈 길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메타버스는 당시에 실감 가상세계, 또는 3D 웹이라고 불렸는데, 단순히 보고 듣고 읽는 평면적인 웹사이트의 한계를 넘어서 다르게 쓰일 가능성에 대해 눈떴다고 할 수 있다.

게임을 넘어서 업무나 생계 활동 등 모든 일상이 메타버스 안에서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심지어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메타버스는 계속해서 발전해 나갈 것으로 판단된다.

요즘 도심 항공 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 UAM)에 대한 개발과 정책이 많이 논의되고 있다. 다양한 기종의 무인 비행기인 드론 조종기술을 연마할 수 있도록 메타버스의 가상 도심에서 드론 조종연습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도 좋은 사업의 영역일 것이다.

메타버스가 단순히 가상세계의 모습을 보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경제, 문화, 정치 등 다양한 일상생활을 구현함으로써 힘든 코로나19 시대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세상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