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등산 예찬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입력일 2021-06-24 14:39 수정일 2021-06-24 14:39 발행일 2021-06-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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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는 등산이다. 등산은 중장년층의 대표적인 취미생활이자, 건강관리를 위한 중요한 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시간이 많은 은퇴자에겐 적격이다. 인생의 전반전을 마치고, 후반전을 준비하는 은퇴자들이 재충전과 새 출발을 위한 하프타임의 시간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이철우(66) 씨는 요즘 등산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때 사업 실패로 어려움을 겪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배신을 당한 것이 무엇보다도 참기 어려웠다. 심한 자괴감에 빠져 의욕을 잃고, 건강도 나빠졌다. 친구의 권유로 산을 찾으면서 시련을 극복하고, 안정을 되찾았다. 홀로 산행을 하며 지난 세월을 뒤돌아보며,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산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모든 것을 용서하게 됐고, 삶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스트레스로 찌든 몸도 치유가 됐다.

등산은 처음에는 건강을 위해서 시작하지만, 산은 건강 외에도 많은 것을 준다. 이철우 씨의 사례처럼 생각을 정리하거나 자아성찰하는데 등산보다 좋은 게 없다. 산을 오르는 것은 자신과의 싸움으로, 자신과 대화할 시간을 준다. 자기와의 시간을 통해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알게 된다. 부질없는 자존심을 내려놓을 수도 있고,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용기도 생긴다. 타인을 배려하고 용서하고 이해하는 열린 마음도 생긴다.

따라서 자연과 친해져야 하고, 등산을 자주 해야 한다. 활동량을 늘려야 노화를 예방한다. 근력을 키워야 걸음걸이에도 힘이 있다. 그래야 나이 들어 낙상 예방도 되고, 무엇보다도 당당하고 젊게 보인다. 우리나라는 70%가 산으로 이루어져 도심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별다른 장비가 필요 없어 비용이 적게 들 뿐 아니라, 연습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다. 인원에 상관없고, 동반자가 없어도 된다. 언제라도 배낭만 챙겨 체력에 맞게 걸으면 된다. 경쟁하지 않아서 마음도 편하다. 이보다 경제적이고 좋은 운동이 어디 있을까.

친구와 친해지기도 좋다. 함께 산행하면서 오붓하게 얘기를 나누다 보면 그간 몰랐던 친구의 근황도 알게 된다. 평상시 못한 속 깊은 얘기를 나눌 수도 있어, 묵었던 감정이나 오해가 쉽게 풀리고 친구를 이해하게 된다. 청량한 산의 공기는 머리를 맑게 해줘 많은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한다. 일상에서 실마리가 풀리지 않아 고민하던 것들이 술술 풀리기도 한다. 정신 건강에는 더할 나위 없다. 산행 후 성취감은 커지고, 자신감은 충만해진다.

최근 이철우 씨는 야생화에도 관심을 가져 사진 촬영에 열심이다. 전국 각지의 둘레길과 고적 탐방도 겸하고 있다. 컴퓨터 공부를 하며, 블로그도 시작하겠다고 한다. 이제 등산에서의 일상적 재미를 확장해, 의미 있는 재미로 바꾸고 있다. 필자도 근자에 전국 100대 명산에 도전했다. 산에 오를 때는 인내와 끈기를 체득하며, 내려올 때는 겸손과 감사하는 마음을 배운다. 산행 후 산나물과 두부에 막걸리 한잔은 덤이다. 무엇보다 자연과 함께해서 좋다. 많은 은퇴자가 등산을 하프타임으로 잘 활용해 멋진 인생 2막을 설계하면 좋겠다.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