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코로나 백신과 헝가리의 저력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입력일 2021-06-21 13:58 수정일 2021-06-21 18:18 발행일 2021-06-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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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코로나백신 중 DNA정보를 전달해서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게 해주는 mRNA는 아데닌·구아닌·사이토신·유리딘 4종의 염기서열로 구성된다 한다. 헝가리 대학생이었던 카탈린 카리코박사는 mRNA를 이용해서 백신과 약을 만들 수 있다는 꿈을 안고 1985년 대서양을 건너 미국을 향했다. 카리코박사에게 코로나를 예방하는 mRNA백신은 40년 집념의 결산이었다. 그리고 mRNA기반 차세대 항바이러스 및 항암 의약품 시대를 알리는 서막이다.

코로나백신 탄생을 알리는 바이오앤테크·화이자백신이 임상3상 결과 95%의 예방 효과가 있다는 발표가 나오자 카리코박사는 “자신의 연구가 전 세계 수십억명의 삶을 바꿀 수 있어 기쁠 뿐”이라고 말했다. 노벨상 수상강연의 한 대목처럼 들린다. 21세기 오늘날 인류를 이렇게 전반적으로 괴롭히는 코로나의 백신을 창조한 주인공이 헝가리 출신이라는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헝가리는 북으로는 폴란드, 동으로는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서쪽에는 오스트리아, 남으로는 발칸반도 등 7개국으로 둘러싸인 남한 크기의 내륙국가다. 인구도 960만명 정도로 한국보다 5분의1정도 밖에 안되는 작은 나라다. 그런데도 1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낸 나라라는 점에서 오래전부터 관심이 컸기 때문이다.

동양의 유목민족인 마자르족이 동유럽 평원에 자리잡으면서 시작된 헝가리는 과학과 수학의 천재들을 대거 배출한 대단한 나라라는 걸 오래전부터 알고 부러워해 왔다. 미국 인텔을 일군 CEO 앤드루 스티븐 그로브도 헝가리 출신 유대인이다. 비타민C를 발견해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센트뢰르지와 컴퓨터, 양자역학, 게임이론 등에 기여하고 원자폭탄을 설계한 폰 노이만, 홀로그래피의 창시자 데니스 가르보(노벨물리학상, 1971년도)가 모두 헝가리인이다.

필자의 헝가리 첫 방문은 1990년대 초에 겪었다. 헝가리 유황소금에 관심이 쏠린 비즈니스맨 세 사람과 함께 네덜란드의 유통구조를 살피면서 오스트리아를 거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도착했다. 물론 장거리 비행시간에 헝가리 관련 자료를 깊이 공부했다. 그들을 만나면 대화를 풍부하게 나누기 위해서다. 그런데 헝가리 같이 한국에 덜 알려진 작은 나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10여명이라는데 놀랐다.

1995년 연구주제가 비현실적이라는 이유와 거듭된 연구비 수주 실패로 대학측은 헝가리인 카리코박사에게 떠나든지 아니면 교수직 강등을 통보했다. 교수직 희망 연구자에게는 최악의 굴욕이었다. 암 진단까지 받은 그녀는 강등된 채 연구보조인보다 적은 월급을 받으면서 계속 mRNA부작용 문제에 도전했다. 그러나 대학시스템에서는 평생 꿈인 mRNA백신을 시도할 기회조차 없다는 걸 깨달았다.

2013년 그동안 강등되었던 그녀를 교수직으로 복직시켜준다는 대학측의 제의를 뿌리치고 카리코박사는 독일 바이오엔텍에서 직접 백신개발 지휘봉을 잡았다. 그녀의 혁신적인 연구덕분에 화이자와 모더나는 전 세계에 mRNA백신을 공급하며 인류는 펜데믹 종식에 다가가고 있다. 그녀에게 찬사를 보낸다. 국방예산을 연 50조원 이상 쓰는 한국에서 감염병 대비 예산도 ‘인간안보’ 필수 비용임을 국민들은 지지해야 한다.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