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다음 세대는 우리보다 현명하다

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설립자
입력일 2021-06-17 13:55 수정일 2021-06-17 13:58 발행일 2021-06-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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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설립자

모처럼 작은 아들 내외와 손녀와 함께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앞에서 젊은 남녀가 탄 킥보드가 달려온다. 참지 못하고 한 마디 했다. “위험하지 않아요? 인도에서 차를 몰면 어떡합니까?” 아들 내외라는 뒷배도 있고 거기에 더해 어린 손녀한테 무엇인가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 옥타브를 한껏 올렸다. 내 말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답이 돌아왔다. “차도는 위험하잖아요.” 전쟁 세대인 나로서는 참 듣기 불편한 대답이었다.

사회학자들의 분류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5개의 세대가 공존하고 있다. 그 첫째는 일제시대를 살고 또 6.25 전쟁을 겪었던 전쟁 세대(The war generation)다. 전쟁 세대의 끝자락인 나로서는 좀 더 그럴듯한 이름을 붙이고 싶어서 찾아본 바, 위대한 세대(The Great Generation)라는 이름도 있다. 전쟁의 참화를 이겨내고 전후 복구에 온몸을 희생했던, 그런 희생이 마땅하다고 생각했던 세대다.

그 다음은 전후 세대(Babyboomer)와 X세대다.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세대다. 전후 세대는 1955년부터 1964년의 10년간 태어난 세대이고, X세대는 1965년부터 1974년에 태어난 세대다. 인구 측면에서는 같은 세대고 사회학적으로는 다른 세대다. X세대가 밀레니얼 세대에 좀 더 가깝지만 그렇다고 전쟁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도 않다. 그래서 정체성이 애매모호한 세대, 미스터리한 세대라는 의미로 X세대라는 이름이 붙었다.

MZ세대. 일본식으로 말하면 에코세대다. 전후세대와 X세대의 자손세대. 탄탄한 인구층이 만들어낸 경제력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고 태어난 세대이고, 어려움이란 모르고 살아온 세대다. 의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고 권리만 있는 세대라고 혹평을 받기도 한다. 반면 어떤 사회학자는 가장 불행한 세대라고 하기도 한다. 태어나면서 성인이 될 때까지 가장 부유하게 살아왔던 세대이지만, 인구 감소의 디플레이션 시대가 도래하면서 점점 위축되는 세상을 살아내야 하는 세대이다.

위대한 세대가 희생과 의무를 행동의 코드로 삼았다면, 전후 세대는 민주화를 온몸으로 치러낸 세대다. X세대는 민주화와 자유화를 연결한 세대다. 이에 비하면 MZ세대는 새로운 정체성을 가지고 떠오르는 세대다. 이름 석자만 대면 업계에서는 다 알아주는 어떤 정치 컨설턴트는 지금의 시대상을 이렇게 진단했다. 대한민국이 처한 갈등의 밑바닥에는 의무에 충만한 ‘위대한 세대’와 의무에 상응한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한 전후세대와 X세대, 그리고 권리에 충만한 MZ세대의 뒤섞인 관계가 있다. 이 시대를 규정짓는 것은 그들의 충돌이다.

일본과 중국은 오랜 시간 다오위다오 또는 센가쿠 열도 문제로 다퉈왔고, 과거 한 때에는 전쟁이라도 벌일 듯이 외교적으로 대치하기도 했다. 이때 덩샤오핑이 일본을 방문했다. 다오위다오 섬보다 더 급한 문제였던 베트남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의 협조가 필요해서였다. 이때 일본 기자들이 센가쿠 열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 물었다. 노련한 정치인 덩샤오핑은 이렇게 눙치고 넘어간다. “다음 세대는, 미래 세대는 우리보다 현명하다고 믿는다.”

나도 믿어봐야지. 따릉이 자전거를 타고 나타난 30대 중반의 제일 야당 당대표가 새로운 미래를 열어줄 것이라고.

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설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