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이준석 바람' 연예계에도 불어라

이재경 건대교수/ 변호사
입력일 2021-06-10 14:06 수정일 2021-06-10 14:07 발행일 2021-06-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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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건대교수/ 변호사

이준석 바람이 거세다. 보수 야당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 후보가 세대교체의 주역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국회의원 경험도 전혀 없는 이준석 후보가 국민의힘 당대표 예비경선을 1위로 통과하면서 정치계 지진은 후쿠시마 수준으로 촉발됐다. 이준석의 거센 도전은 공정과 정의라는 껍데기만 앞세웠던 기성 정치인들의 내로남불에 지칠대로 지친 2030세대의 항변이자 시대정신이다. 4~5선에 빛나는 관록의 중진 후보들을 제친 이준석은 37세. MZ세대의 급부상은 사회 각계각층에 나비효과처럼 메아리로 울려 퍼진다.

연예계를 보자. 그야말로 20년 이상 장수했던 연예인들 위주로 머물러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정치계에서는 초선의원의 존재감이 미미하고 20년 이상 다선 의원들끼리 아직도 북치고 장구치는 상황이라면 연예계도 그에 못지 않다. 당장 예능 채널들을 여기저기 돌려보더라도 “국민MC”라고 불리우는 연예인들이 20년째 그대로 상한가를 치고 있다. 주요 출연진들도 40대 이상 베테랑들의 ‘그 나물에 그 밥’ 잔치로 보인다.

스포츠의 경우 스타선수들이 40살 이전에 거의 은퇴하다 보니 실력을 갖춘 루키들이 속속 등장하지만 연예계는 체력적 한계에 의한 은퇴가 사실상 없다. 일종의 인사 적체가 심하다. 드라마나 영화에도 40대 이후의 주연배우들 위주로 제작할 뿐 세대교체의 청신호를 쏘아올릴 새 얼굴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아이돌 시장은 단기적 소비의 특성상 세대교체를 꾸준히 단행해온 분야지만 그 정도가 덜할 뿐 새 아이돌그룹들은 선배들의 위세에 현저히 밀리는 형국이다.

제작진과 소속사가 시청률, 매출에 광적으로 사로잡히고 투자자들도 손익분기점에 워낙 민감하다 보니 연예계 흐름은 지나치게 안전운행을 하게 된다. 신진 양성을 위한 과감한 투자 의욕도 어느새 발기부전 수준으로 감퇴됐고 연예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야망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영세한 연예기획사들의 하루살이 처지는 이해하더라도 충분한 자금력과 틀을 갖춰 인프라가 뒷받침되는 대형기획사들이 신인 양성에서 보여주는 겁쟁이 행보는 무척 실망스럽다. 혹자는 인구 감소에 따른 영향력도 세대교체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시공을 초월한 젊은 인재들이란 찾아내기 나름이며 의지의 문제다.

젊은 바람이 분다. 물론 꾸준하게 정상을 지키는 베테랑들의 내공과 노력을 폄하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고령화 사회에서 신구의 조화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지금 40대 이상의 연예계 스타들을 뛰어넘을 초신성들을 무리해서라도 길러내야 한다. MZ세대 심볼 이준석군의 도전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준석 돌풍의 나비효과는 이 사회에 도미노처럼 퍼져나가야 한다. 곳곳에 신인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 젊은 피들이 거침없이 도전할 수 있는 마당들이 더 열려야 한다. 새내기들이 연륜 부족으로 인해 다소 미흡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앞으로 10년, 20년 후를 생각해야 한다. 패기 하나로 뭉친 스타트업들이 수백번 수천번 실패를 거쳐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듯 연예계에도 기약없는 좌절 속에 피어나려는 꽃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준석 바람은 한때 스쳐가는 바람이 아니기를, 모두의 바람으로 꽃피우기를 기대한다.

이재경 건대교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