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개그맨의 반란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입력일 2021-06-06 15:06 수정일 2021-06-08 00:16 발행일 2021-06-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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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21년의 세월을 쉼 없이 달려온 ‘개그콘서트’가 2020년 6월 26일 종영했다. 2016년부터 평균 한 자리 시청률을 기록한 이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단 한명의 관객도 없이 21년의 찬란했던 역사를 뒤로하고 초라하게 막을 내렸다. 그러나 개그콘서트의 종말이 개그맨들의 종말은 아니었다.

세계적인 미디어 플랫폼인 유튜브에서 새로운 포맷을 선보이며 팬덤을 확보하는 개그맨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구독자 217만명의 ‘흔한남매’, 구독자 212만명의 ‘엔조이 커플’이 탄생했다. 

강유미 80만명, 꼰대희(김대희) 59만명, 김준호도 구독자 41만명을 넘겨 순항 중이다. 코로나19라는 위기 속에도 높은 회복 탄력성을 보이는 개그맨 덕분에 새로운 포맷의 개그 프로그램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리더십은 무엇일까? 창의력이나 고객 중심 경영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잠재적이 힘이다. 이러한 힘을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라 부른다. 회복 탄력성은 곤란에 직면했을 때 유연하게 대처하고 원래의 상태로 회복할 뿐 아니라 위기를 통해 더욱 발전하는 능력을 말한다.

성공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실패’다. 창업 이래 한번도 실패나 어려움을 겪지 않는 대기업은 없다. 생산량 기준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 회사인 도요타는 2009~2010년 발생한 급발진 사고로 1000만대가 넘는 도요타 차량을 리콜하는 사태를 맞았다. 기업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한 도요타는 도요타의 ‘핵심’이라고 여겨졌던 도요타생산시스템(TPS)을 바꾸고 대기업 특유의 관료주의적 문화를 타파해 세계 최고 기업으로 재도약할 수 있었다. 도요타를 비롯한 장수 기업들은 실패와 빠른 회복, 이것이 100년을 누리는 장수 기업의 특징이다.

장수 기업이 그렇듯 위인전에 나오는 인물들 또한 역경을 극복한 사람들이다. 역경이야말로 사람들을 더욱 강하게 튀어 오르게 하는 스프링보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위인들은 역경에도 ‘불구하고’ 위인이 된 것이 아니라 역경 ‘덕분에’ 위대한 업적을 이룰 수 있었다. 같은 것 같지만 다름의 해석이 평범함과 비범함을 가르는 척도가 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한 기업들은 저마다 세상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다양한 생존법을 찾고 있다. 코로나19가 트리거 역할을 하면서 앞으로는 불확실성이 더해지고 이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 불평등과 양극화의 심화, 자원 고갈 및 기후변화 등과 같은 리스크가 경영환경을 더욱 압박해 올 것이다.

자연을 파괴해온 인간들에게 바이러스 감염 위험은 더욱 커졌고 복잡하게 확장돼온 글로벌 공급망도 무너지고 사회적 긴장과 갈등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어느 때보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향후 사업을 계획할 때 ‘효율성’보다 ‘회복 탄력성’을 기르는 것이 중요해진 시점이 되버렸다.

회복 탄력성은 아주 가끔 일어나는 극한 상황에서 써먹기 위한 역량이 아니다. 지속적인 변화와 실험을 전제로 조직의 원천적인 에너지를 발휘하는 역량이다. 이러한 에너지는 자연재해, 블랙 스완, 파괴적 혁신 등 비즈니스상의 중대한 변화가 발생할 때도 기업에 반전의 기회를 제공하고 경쟁 회사와는 차별화된 전략적 행보를 가능케 한다. 개그맨들의 반란처럼.

글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