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이준석 돌풍과 차기 대권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기자
입력일 2021-06-03 13:13 수정일 2021-06-03 13:13 발행일 2021-06-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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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사진)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정치권에 ‘이준석 회오리’ 바람이 강하게 몰아치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예선을 1위로 통과했다. 한국 정치사에서 30대 당 대표 가능성은 역사적인 사건이 되고 있다. 이른바 ‘이준석 현상’이다. 선거를 분석할 때 2030세대는 판세의 주변부에 자리 잡고 있다. 2030세대 민심이 중요하지만 선거 결과의 결정적 변수는 아니라고 보는 까닭이다. 청년들의 의견을 들어주고 최고위원 자리에 청년 한사람을 앉히면 그냥 저냥 MZ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착각했다. 결정적인 분기점은 지난 재보궐 선거였다. ‘LH사태’로 2030세대는 정치권에 대한 믿음이 무너졌다.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힘을 실어준 이후 나타난 배신감이다. 청년 세대가 여당을 밀어주었던 가장 큰 이유는 말로만 청년 정책이 아니라 진심으로 청년 정책이 실천되기를 염원했기 때문이다. 무너진 기대와 경고가 ‘이준석 돌풍’으로 이어진 것으로 이해된다. ‘이준석 돌풍’은 이제 변수가 아니라 정치권의 상수가 되어가고 있다. 이준석 돌풍의 나비 효과가 차기 대선마저 요동치게 할 기세다. 어떤 영향을 줄까.

우선 대선 후보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2030 표심 강화’에 나서야 한다. 2030세대는 정치권의 진영 대결 구도에 혐오 반응이다. MZ 세대의 눈에는 정치권의 진영 갈등이 민생 문제 해결보다 정치적 기득권을 서로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이해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회의원 선거법 개정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이다. 선거법 개정은 국민의 이익보다 정치권의 이해관계로 점철되었고 공수처법은 검찰 갈등으로 얼룩졌다. 실망한 2030세대의 분노는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다. LH사태와 관평원 의혹이 빙산의 일각처럼 드러났지만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대통령의 취임 일성은 공염불처럼 들린다. 대권 주자들은 부정과 부패 척결, 공정과 정의 구축을 희망했던 2030세대의 좌절을 끌어안을 전략에 골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준석 돌풍으로 대선 후보들은 ‘청년 정책 부각’이 주요 과제가 된다. 아직 각 대선 후보들의 선거 공약이 구체화되지 않은 마당에 청년 정책은 가장 치명적인 이슈다. 청년 일자리, 가상화폐 시장, 남녀간 평등, 결혼과 출산, 아파트 분양 등은 대선 후보의 중심 공약으로 주목받는다. 벌써부터 차기 대선 주자 중 한 명은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연기해야 한다’며 가상화폐 옹호론을 펼치고 있다. 2030 MZ세대를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집단적으로 한 명의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차기 대권에 이준석 돌풍이 미치는 영향은 ‘세대 교체 바람’이다. 이준석 돌풍은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재명 지사와 윤석열 전 총장이 여야 후보 중에서 더 주목받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더 ‘변화’의 의미를 담고 있어서다. 지난 10여 년 간의 정치판을 보면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정치판에서 요직을 차지했던 인물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대선 후보로 등장하는 과정이 많았다. 이준석 돌풍으로 집단화된 2030 민심은 더 이상 ‘꼰대 정치판’을 인정하지 않는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판 갈아업기’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바람을 일으켰다, 30대에 벌어진 일이다. 이준석 바람에 놀라워하는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정치 품질에 격노했던 국민 반응은 변화의 끝아 아니라 시작이라는 입장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