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어쩌다 스몰웨딩

오세준 평택대학교 국제도시부동산학과 교수
입력일 2021-03-22 14:01 수정일 2021-05-31 17:59 발행일 2021-03-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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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준 평택대학교 국제도시부동산학과 교수

삼포세대라는 말이 있다. 직장, 결혼, 자식을 포기한 세대라는 뜻이란다. 취업이 어렵고, 그로 인해 생계가 편치 않으니 비용 준비가 만만치 않은 결혼도 미루고, 설령 결혼을 한다 치더라도 교육비 많이 드는 자식은 꿈도 못 꾼다는 의미이다. 무자식이 최고의 노후대책이라는 말도 종종 들린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학자금 대출금을 짊어진 채로 취업을 해야 하는 젊은이들은 수십 수백번 고치기를 반복하여 준비한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최대한 많은 곳에 내고 가슴 졸여 보기도 한다. 직장이 대도시 위주로 몰려 있다 보니, 세계 상위권에 드는 물가수준을 감내해야 한다. 연애도 결혼도 하고 싶지만, 소득과 주택 마련 등의 현실적 상황의 어려움으로 그저 마음 비우고 버텨내곤 한다. 자식은 물론 말할 것도 없다.

어찌어찌 취업을 하여 둘 다 맞벌이가 가능하다고 해도 보금자리 마련이 쉽지 않다. 직장과의 거리 등은 아예 고려대상이 아니다. 원룸 투룸이나 오피스텔에서 시작하는 경우도 많은데 당장의 주거 문제가 걱정이다 보니 자녀 출산은 그야말로 먼나라 얘기다.

최근에는 많이 간소화되었다고들 하지만 결혼 비용 문제도 매우 어려운 숙제이다. 자녀 결혼을 위해 부모가 대출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있다. 물론 예전보다 많이 실속있게 간소화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비용이 많이 드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결혼식으로 가면 점점 더 심각해진다. 식장 선택 예약부터 꽃 등의 장식 비용, 축하 화환에 식사 접대비용, 하객 답례품 등 신경 쓸 일이 너무 많다. 요즘 말로 스드메(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에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주례선생님, 사회자도 섭외하고 축가도 많이 하니 고민할 일도 많다. 이래저래 신경 쓸 일도 많고 돈도 많이 들고 하니 선뜻 결혼을 결정하고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평생의 반려자를 찾아 함께 살 결심을 한다는 것은 모든 게 다 갖추어져 있는 사람들에게도 큰 고민이 될 일이다. 하물며 요즈음의 상황에서는 두 말이 필요 없다. 코로나19 시대로 불리는 2020년~2021년은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결혼을 좀 해보려는 사람들에게 너무나 힘든 한 해다. 어쩔 수 없이 하객이 적은 간소한 결혼식이 많았다고 한다. 그동안 뿌린 돈이 얼마인데 하객도 못 받느냐는 볼멘 소리도 있겠지만 이번 기회에 결혼식을 간소화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젊은 세대들이 벌어서 모으기에 너무나 큰 목돈이 한 번뿐인 결혼식이라는 미명 하에 결혼 비용으로 쓰여지기 때문이다. 모두 어렵게 살던 예전이야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축의금을 통해 서로 십시하는 문화였다고 하지만, 이제는 형식을 조금만 더 간소화한다면 그렇게 큰 부담 없이 기쁘게 축하할 수 있는 행사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가능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필요한 건 살면서 조금씩 준비해 나가면 어떨까? 진심으로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며 힘든 삶의 여정에 동반자를 만나 조금씩 삶의 무게를 나눈다는 쪽으로 나아가면 싶다. 사회적 인식의 변화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부터 먼저라는 생각으로 차근차근 바꾸어 보도록 하자.

오세준 평택대학교 국제도시부동산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