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시골에 살어리랏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입력일 2021-03-17 14:03 수정일 2021-05-31 17:57 발행일 2021-03-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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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방송은 현실풍경과 시대욕망을 투영한다. 지금이 궁금하면 방송콘텐츠가 유력한 해석법을 알려준다. 때문에 방송트렌드는 물 흐르듯 변한다. 시청자의 뜻(?)에 맞춰 볼만한 거리로 무게중심을 옮긴다. 최근 몇 년간도 그렇다. 특히 인구변화를 반영한 시도가 엿보인다. 예전이었다면 2030세대의 관심프로가 황금시간대를 장악했다면 지금은 중장년의 취향주제로 대체된 느낌이 짙다. 개인선호가 있지만, 돋보이는 건 ‘한국기행’과 ‘나는 자연인이다’란 프로다. 공통점은 시골살이와 탈(脫)직장화다. 얽매인 돈벌이에서 자유로운 실제인물이 등장해 시골살이의 소소한 행복가치를 전한다.

둘은 해당방송사의 간판프로다. 성글지만 ‘중년시대+시골지향’의 결합이지 싶다. 한국은 이제 젊은 국가가 아니다. 아직 역동적이나 늙음을 거부하기엔 힘든 사회다. 고도성장은 끝났고 인구구조는 변했다. 안정·차분한 사회로의 진입은 시작됐다. 실제로도 중년사회다. 2019년 중위연령은 43세다. 10년 후 2029년엔 50세까지 근접한다. 중년을 넘어 고령초입에 선 광의의 베이비부머(1955~75년생)만 1700만인 사회다. 한국기행·자연인의 인기는 시대변화가 낳은 자연스런 흐름이다. 요컨대 중년의 시골지향은 실행여부와 무관한 변화된 트렌드일 수 있다.

아직은 시청이유를 분해하면 ‘대리만족 vs. 실천준비’의 고빗사위다. 시골살이란 게 녹록찮은 카드인 까닭이다. 앞으로는 달라진다. 코로나19의 영향을 필두로 도심거주보다 나은 선택일 수 있어서다. 의향은 확인된다. 오래된 통계나, 2011년 조사에서 베이비부머의 65%가 은퇴이후 시골생활에 의향이 있다고 했다(국토연구원). 2018년 조사는 50대 42%, 60대 이상 34%가 관심을 표했다(농촌경제연구원). 중장년의 실제이동도 꾸준한 편이다. 적어도 수도서울을 떠나는 사례가 적잖다. 도착지 중 대개는 서울생활권인 수도권이나, 갈수록 다양해질 전망이다. 여건만 맞다면 여지는 높다.

당위성도 있다. 이는 마강래(중앙대 교수)의 주장과 맞물린다. 베이비부머의 귀향 프로젝트가 그렇다. 일자리·부동산으로 후속세대와 충돌하는 서울보다 시골을 찾자는 얘기다. 공간·사람의 부조화를 맞추는 세대분리적 공존실험이다. 직업·생활터전을 연령별로 나눠 세대대결을 막는 취지다. 해서 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가 산다고 본다. 중년도 나쁘잖다. 창의·혁신의 도시스펙보다 여유·경륜의 시골조건과 맞다. 높은 적응력이다. 지방출신이면 더 좋다. 일할 의사·능력을 갖춘데다 일정한 경제력이 있고, 애정·지향조차 있다면 금상첨화다. 쇠퇴시골을 되살릴 유력존재란 점에서 지방도 눈높이를 맞추기 힘든 MZ세대보다 중년인구를 우선해 받아들이자고 조언한다.

단 시골살이는 전제조건·준비사항이 만만찮다. 나이 먹어 주거지를 옮긴다는 부담은 실체적이다. 일부지만, 낯선 공간의 배제적인 텃새도 고민스럽다. 아프면 절실한 의료·간병부재도 허들이다. 그럼에도 한국기행·자연인은 그 이상의 만족을 알려준다. 비록 모범사례만 골랐을지언정 해볼만한 가치는 있다. 무엇보다 먹고 살 걱정이 도시보다 적다. 몸만 놀리겠다면 어디든 일거리는 있다. 하물며 지방거주의 경우 생활비가 ±20% 줄어든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새로운 커뮤니티도 기대된다. 비슷한 처지의 동년배가 있다면 친구·지인과 삶속에서 늙어가고 싶은 동기는 실현된다. 새로운 관계교류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나, 시골살이가 중년사회 한국의 새로운 화두인 건 분명하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