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노후를 바꾸는 '1인 1기'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입력일 2021-03-14 14:05 수정일 2021-05-31 17:57 발행일 2021-03-15 19면
인쇄아이콘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이준호(67)씨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종합금융사에 다녔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졸지에 명퇴하게 됐다. 그때 나이 45세로, 자녀는 중·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사무직이라 마땅한 기술이 없어 중소기업을 전전하며 막일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자식 뒷바라지가 끝난 후엔 고향으로 귀농했다. 자식만은 본인의 전철을 밟게 하지 않으려고 기술 계통의 대학에 보냈다. 다행히 딸은 산업 디자이너로, 아들은 수의사로 성장했다. 처음 몇 년간 봉급 생활자로 경험을 쌓게 한 후, 서둘러 창업을 하게 했다. 평생 직업의 필요성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이씨처럼 조기퇴직을 한 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반퇴 세대’는 49세에 직장을 퇴직한 후, 73세까지 통상 20년 이상을 일한다고 한다. 불안정한 고용 환경 속에서 단순 노동 업무에 종사하며 일감을 따라 이곳저곳 옮겨 다닌다. 이씨는 그때 “기술의 중요성과 평생 직업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체감했다”고 말했다.

그가 취업하던 1980년대는 평생직장의 시대였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평생직장의 개념은 무너졌다. 평소 능력을 인정받은 그였기에 자신만만했지만, 막상 회사를 그만두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현직에서의 능력은 회사라는 조직의 힘이었지, 자신의 힘이 아니었다. 20여년을 ‘직장’만 다녔지, ‘직업’이 없었다는 사실도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

그렇다. 직장이란 매일 출근하는 사무실, 즉 일하는 장소지만, 직업은 전문적인 기술로 일하는 것을 말한다. 직업은 자신이 곧 직장이 된다. 직장은 길어야 30년 남짓 일할 수 있지만, 직업은 오래 할 수 있다. 세상이 변해 이젠 직장이 아니라 직업을 가져야 하는 시대다. 직장은 자신이 성장하는 매개로 활용해야지 의존하면 안 된다. 그러나 좋은 직장에 안주하다 보면 자연스레 의존하게 된다. 직장 다닌다고 직업이 절로 생기지 않는다. 현직에 있을 때 자기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언젠가 스스로 회사에서 독립할 수 있는 자기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그 사실을 당시엔 모른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의 김경록 소장은 그의 저서 ‘1인 1기’에서 100세 시대는 안정적인 소득을 장기간 창출할 수 있는 기술과 전문성에 기반을 둔 ‘1인 1기’를 준비할 것을 조언했다. 그렇다. 기술 기반의 직업은 취업을 할 수도 있고, 창업도 가능하다. 창업이라고 해서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그냥 자기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처음 일정 기간은 경험도 쌓을 겸 직장에 다니는 것도 괜찮다. 그러나 나이 들면 직장은 다니기 어려워, 장기적인 안목에선 창업이 유리하다. 기술 창업은 일반적인 생계형 창업과는 달리 고정자본이 적게 든다, 처음 소규모로 시작하고, 점차 확대하여 리스크를 줄인다. 시간이 흐를수록 영업망이 확충되고, 전문성이 쌓여 부가가치가 높아진다.

최근 이씨는 귀농한 고향을 떠나 다시 상경했다. 창업한 자녀의 손주를 돌보기 위해서다. 아내와 둘이서 교대로 손주를 돌보며 생활비를 당당하게 지원받으며, 창업회사의 자문을 하는 등 유익한 나날을 보낸다. 더불어 부모의 변변한 금전적 도움도 없이 꿋꿋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자녀가 그저 고맙기만 하다고 한다.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