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트리플 버블’을 읽고

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 설립자
입력일 2021-03-09 08:21 수정일 2021-05-31 17:56 발행일 2021-03-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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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안
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 설립자

독자 여러분, 여러분 앞에 ‘최악의 버블붕괴 그리고 기회’라는 수식어가 붙은 글이 놓여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필자가 경제문제에 그런대로 한마디 할 수 있는 안목은, 미당 선생님의 흉내를 내어 말하자면, 8할을 오랜 시간 민간경제연구소인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일한 한상완 박사 덕이다. 그 한박사가 ‘최악의 버블 붕괴 그리고 기회’라는 수식어를 붙인 최신 책을 보내왔다. 단숨에 읽었다. 답은 책의 마지막에 숨겨져 있었다. 좀 길지만 인용한다.

“지금 우리 앞에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다. 다음 위기는 과거 개발연대와 완전히 단절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상이다.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큰 두려움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앞에서 선택을 주저하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러나 새로운 부의 기회는 두려움을 떨치고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들에게만 열린다. 이 책을 읽는 여러분 모두 미지의 미래에 당당하게 맞서서 새로운 세계를 향해 거침없이 걸어 나가기를 바란다.”

한국 경제는 지금 체질전환의 변곡점에 도달해있다. 뒤늦게 올라탄 산업혁명의 중후장대 산업을 뒤로하고, IT 혁신의 4차산업혁명으로 옮겨가야 하는 어려운 숙제가 눈앞에 놓여있다. 운 좋게 거머쥔 선진국행 마지막 티켓을 놓지지 않기 위해서는 빠르게 체질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 박사의 말대로 다음 위기는 우리의 과거 산업과 단절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그런 징후는 이미 지금도 나타나고 있다. 많은 산업이 또 기업이 아직도 구조조정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IT와 바이오 등 신성장산업이 화려한 파티를 즐길 때, 그동안 우리의 성장과 고용을 책임지던 중후장대산업들은 고통의 절규를 하고 있다.

산업의 라이프 사이클을 보면 영원한 성장산업도 영원한 사양산업도 없다. 신성장산업도 언젠가는 정체의 길을 가게 되고, 사양산업이라고 생각했던 산업이 새롭게 부흥하기도 한다. 우리의 중후장대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들을 죽이는 구조조정이 되어서는 안되는 이유다.

오히려 과감하고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이들이 신성장산업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특히 현재는 극도의 어려움에 처해있지만, 하기에 따라서는 새로운 신성장산업으로 다시 일어서서 4차산업의 불안정 ‘긱(Gig)’ 일자리에 비해 ‘안정적’ 일자리를 창출하는 주역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업들에 대한 과감하고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코비드-19 팬데믹으로 잠시 왜곡되었던 시간이 지나고, 세계 경제는 호황으로 재진입하려는 구간에 들어와 있다.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예견되고, 경기민감산업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제 곧 세계 경제는 ‘버블’의 구간으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끝은 언제나 그러하듯 버블의 붕괴와 경제위기가 기다릴 것이다.

이들 산업이 담당하고 있는 안정된 일자리를 감안하면 이렇게 약해진 채로 다음 위기를 맞이하게 놔둬선 안된다. 시간이 많지 않다. 과감하고 조속한 정부 대책이 나오기를 간구한다.

골프를 치는 사람은 물론 골프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귀에 덕지가 쌓이도록 들었을 법한 말이 있다. “(골프 공을) 홀컵을 넘기게 치지 않으면, 결코 홀에 넣을 수 없다.”

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 설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