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꿈을 앗아가는 사람들

엄길청 글로벌애널리스트/미래경영학자 기자
입력일 2021-01-10 15:04 수정일 2021-05-31 17:49 발행일 2021-01-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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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엄길청 글로벌애널리스트/미래경영학자

서울에서 마차를 끌면서 자식을 공부시키며 헌신하는 한 홀아버지가 서양에서 들어오는 자동차에 밀리며 겪는 삶의 애환을 그린 <마부>란 영화가 있었다. 전설적인 배우 김승호와 신성일 황정순이 연기한 당대의 명작이다. 자동차 이전에는 마차가 서울 장안의 주된 이동수단이었다. 남대문 시장 주변에는 1970년대까지 마차가 있었다. 그러나 자동차의 등장으로 그 많던 마부들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코로나 공습 속에서 모두가 가진 것을 잃어가고 있는 요즘, 테슬라 라는 미국의 전기차 회사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새해 들어 이미 시가총액이 700조 원을 넘나들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를 추월하더니 곧 1000조 원을 넘볼 기세다. 우리 코스닥시장 전체보다 시가총액이 커질 수도 있다. 일론 머스크라는 발군의 기업인이 땅과 바다와 하늘을 넘나들며 전방위로 ‘자기가 꿈꾼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전기자율차로 향하는 그의 성공이 커질수록 많은 사람들은 하던 일손을 놓아야 한다. 자동차 수리공부터 운전자까지 자동차 기반의 수송산업 생활인들은 그가 성공할수록 미래가 암울하다.

미디어마다 연일 트롯 경연이 봇물을 이루며 이젠 여기저기 단골도전자도 많아져 얼굴을 익힐 만한 정도가 됐다. 잘 생긴 외모에 천부적인 기량과 갈고 닦은 실력으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고, 팬들이 구름을 이루는 행운아도 나온다. 하지만 밤마다 허름하지만 정겨운 무대에서 이웃을 위로하고 가족을 부양하던 생계형 동네 3류 트롯 가수의 요즘 근황은 누구도 모른다.

요즘 우리나라 집값이 몇 몇 도시를 뱅뱅 돌면서 수건돌리기를 하고 있다. 부동산정책의 책임 여하를 떠나 평생 일을 해도 작은 내 집 한 채 구하지 못하는 많은 국민들은 앞으로 살 길이 감감하다. 서민들은 매일 밖에 나가야 무슨 일이라도 벌어먹고 사는데, 코로나로 근 1년을 나가지 못하고 집값마저 다락같이 오르니 식구들을 추운 겨울에 안식시킬 내 집 마련은 이제 꿈도 못 꾼다.

유태인들이 만든 구약성서 잠언 편에 이런 구절이 있다. 누군가를 윤택하게 해주면 그가 더 윤택해지고, 누군가를 새롭게 해주면 자신이 더 스스로 새로워짐을 받을 것이다. 불교 화엄경은 누구나 믿고 인내하면 적당한 때 자기 행복이 꼭 찾아온다고 가르친다. 그런데 날로 이런 말뜻이 생경해지는 일상이다.

우리 돈의 셈 단위가 ‘조’를 넘어 ‘경’으로 가고 있다. 하루아침에 천문학적으로 커지는 단위를 보면서 앞으로 돈은 만인의 삶의 기회가 아니며, 누구나의 평범한 인생목표가 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대다수 국민은 실체도, 메카니즘도 모르는 비트코인이란 디지털 암호자산 하나가 거의 중형차 한 대 값이다.

코로나 시국은 이렇게 대 혼돈이고, 온갖 개념의 아수라장이다. 때론 종교도 이 와중에 신뢰가 흔들리는 모습들을 보인다. 대체 자식들에게 무슨 인생좌표를 주어야 할지, 앞선 자의 책무가 오리무중이다.

새해 벽두에 우리 기업인들에게 정말 시대의 큰 짐을 부탁하고 싶다. 기업을 경영함에 있어 부디 사람의 역할을 잘 보살펴 주고 세상의 눈물을 잘 헤아려달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언감생심 돈은 이제 탐할 생각조차도 못하는 저 평범한 사람들에게 ‘작은 꿈 하나정도’는 좀 남겨주길 소망한다.

엄길청 글로벌애널리스트/미래경영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