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70년 개띠와 뉴노멀 은퇴모델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입력일 2021-01-03 15:03 수정일 2021-05-31 17:47 발행일 2021-01-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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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한국사회의 앞날은 70년 개띠에게 묻는 게 어떨까 싶다. 70년 개띠야말로 상징성을 두루 갖춘 대표적인 연령대이기 때문이다. 좀 과장하면 70년 개띠의 삶을 전후해 세대구분은 달라질 듯하다. 출생연도로 봐 70년생이 분기점으로 작용, 이전세대와 이후세대로 나눠도 괜찮음직하다. 일종의 60년대생과의 결별인 셈이다. 무 자르듯 구분할 수 없어 작위적이나 인생경험·사고체계를 보건대 70년 개띠는 이후세대와 더 닮았다. ‘~다움’에 맞서는 달라진 생각·행동을 받아들인 최초세대인 까닭이다.

2021년 70년 개띠는 만 51세다.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에 떠밀리듯 진입했다. 물리적으로는 ‘빼박’ 중년일 수밖에 없다. 백세시대라면 반환점 구간이다. 역할은 크고 어깨는 무겁다. 가정에선 주춧돌이고 사회에선 지지판이다. 직위·직함은 물론 돈벌이는 클라이맥스다. 덩치마저 만만찮다. 연 100만 출생자를 찍은 최초연령이 70년 개띠다. X세대로 불리며 요란하게 등장한 이들이 반백이 됐다는 건 그들의 중년데뷔조차 새로운 시대풍경을 낳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들은 선배세대가 걸어온 50대를 거부한다. 성장신화의 끝물을 맛봤으나 성숙사회의 허무도 느꼈다. 70년 개띠들의 50대 인생은 산업화·민주화의 선배세대와 나눠보는 게 맞다.

58년 개띠가 한국사회의 성장체계를 깔았다면 70년 개띠는 뉴노멀의 구조개편을 선도할 수밖에 없다. 위치도 능력도 겸비한 최대덩치의 베이비부머가 50대를 맞는다는 건 시대재편의 본격실행을 의미한다. 크게는 미래사회를, 작게는 인생모델을 혁신할 확률이 높다. 예전의 관행·관성적 시스템은 설명력이 훼손된 탓이다. 달라진 몸에 맞춰 새로운 옷을 입는 건 옳고도 자연스럽다. 당장 중년인생의 노후준비부터 달라진다. 58년 개띠의 선행경로는 벤치마킹보다 반면교사로 쓰인다. 경제활동·자산배분·가족관계·사회참여 등 모든 준비항목이 재구성된다. 한치 앞을 모를 불확실성도 차별화 근거다. 흐르는 강물처럼 떠밀리듯 살아선 곤란해진다는 걸 보고 배웠다.

70년 개띠의 노후전략은 실험단계다. 은퇴준비의 당위와 현실이 다르듯 아직은 파편적이고 제한적이다. 눈앞의 호구지책이 은퇴계획을 덮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갈수록 구체화되고 구조화될 수밖에 없다. 신호와 힌트는 많다. 중년의 X세대는 시대변화를 헤엄쳐오며 가치관·지향점을 꽤 바꿨다. 전통적인 연령이미지와 고정역할은 파기대상이다. 진보·보수의 고정된 진영논리마저 오락가락한다. 통일된 잣대로는 가늠하기 어렵다.

70년 개띠는 과연 어떤 노후생활을 준비할까. 확실한 건 자금마련의 천편일률적인 재무플랜에만 함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건강과 참여를 통한 비재무적 장기플랜이 설득적이다. 노후를 둘러싼 공포마케팅은 별로다. ‘노후자금 vs. 자녀투자’에서도 무게중심은 전자로 쏠린다. 가족관계의 재검토다. 인생2막에의 도전은 상식이다. 이직이든 전직이든 일찌감치 고려한다. 포인트는 ‘가늘고 길게’다. 즉 손밖의 외부통제보다 손안의 내부조정이 먼저다. 똑똑해진 70년 개띠의 은퇴모델은 실리와 균형으로 요약된다. 샘플사례는 늘어날 전망이다. 70년 개띠가 완성해갈 뉴노멀형 은퇴전략에 주목할 이유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