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홀대받는 경차, 생각의 전환 필요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자동차연구소 소장
입력일 2020-12-31 13:34 수정일 2021-06-12 00:56 발행일 2021-01-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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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자동차연구소 소장

국내 경차 영역이 죽어가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한 영향도 크지만, 연간 판매 9만대도 채우기 힘들 정도다. 아무리 어려워도 10만대 이상은 판매하였으나, 이제는 어려움이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경차가 가장 많이 판매된 시기에는 연간 20만대 이상 판매됐다. 국내 신차 시장 170만~180만대 중에서 20만대는 점유율 12~13%로 상당히 큰 시장이다. 그러나 이제는 5%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일본의 경차 시장은 약 37%, 유럽은 평균 40%를 넘고 이탈리아는 50% 이상이다. 실용적이고, 운영 유지비가 적고, 고연비와 좁은 주차면적 등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에너지 절약에 대한 의지가 약하고 큰 차를 선호하는 자동차 문화도 가지고 있다. 좋고 큰 차가 사회적으로 대접을 받고 더욱 안전하다는 인식이 팽배하기도 하다.

경차는 우리와 같이 좁은 땅덩어리에서의 운행이 매우 적합하다. 그러나 수년 사이에 이러한 이점은 모두 사라지고 큰 차만을 선호하는 문화로 더욱 치닫고 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우선 경차의 종류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 기아 ‘모닝’, 한국지엠의 ‘스파크’, 그리고 기아의 박스카인 ‘레이’가 전부다. 새로운 신차 개발이 다른 차종 대비 너무 느리다. 일본은 20가지가 넘는 경차가 있고 배기량도 1000cc인 우리나라와 달리 660cc 미만이다. 그런데도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약 37%를 차지하고 있다.

둘째로 경형 신차 개발이 없고 판매하기 좋은 옵션만 붙이다 보니 가격이 1500만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유럽형 경차는 가벼울 ‘경(經)’자처럼, 라디오 외에는 에어컨조차 없을 정도의 진정한 ‘경차(經車)’부터 시작한다. 가격도 1000만원 미만이다. 반면, 우리는 ‘공경할 ’경(敬)’자로 편입되어 무겁고 굼뜨다 보니 도리어 준중형차보다 연비가 떨어지는 ‘경차(敬車)’의 아픔을 겪고 있다.

셋째로 수십 년간 정부는 경차의 인센티브 정책을 활성화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과 다르다. 2019년 경차의 취·등록세 면제가 없어졌고, 공영 주차장과 고속도로 통행료 50%도 친환경차와 똑같이 적용한다. 그동안 경차에 부여했던 혜택은 줄고 친환경차의 혜택은 늘어나다 보니, 굳이 수익조차 나지 않는 경차를 제작사가 개발·보급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경형 신차 개발에 연구개발비 등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넷째로 세계의 흐름이 세단 형태에서 SUV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시장 점유율은 50%에 이르는 등, 기존 세단에서 SUV로 옮겨 타는 운전자가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큰 차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차에도 해당된다. 앞으로 경형 SUV(마이크로 SUV)도 출시되면서 기존 세단형 경차는 더욱 외면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여러 이유로 경차가 홀대받는 상황에서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SUV가 대세인 만큼 경형 SUV의 규격과 배기량 등을 정해 기존 경차 혜택을 경형 SUV로 옮기는 것이다. 경형 SUV로 혜택을 옮긴다면 자연스럽게 소형화로 지향하는 정책과 더불어 소비자의 관심도 이끌 수 있을 뿐 아니라, 당연히 이산화탄소 저감 등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촉구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자동차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