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칼럼] 재정 포퓰리즘이 도를 넘었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
입력일 2020-12-13 15:02 수정일 2021-06-12 01:02 발행일 2020-12-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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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구 초당대 총장
박종구 초당대 총장

내년 예산규모가 558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보다 8.9% 늘어났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증가율 5.8%를 훨씬 상회하는 팽창 예산이다. 올해 본예산 대비 150조8000억원이 증액되었다. 정부안보다 2조2000억원 늘어났는데 국회에서 예산이 증액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내년에는 국가채무가 956조원으로 늘어나 국가채무 비율이 47.3%에 이를 전망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12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적자국채도 90조원을 돌파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660조원이던 국가채무가 4년만에 약 300조원 급증했다. 여야의 무분별한 선심성 경쟁으로 예산이 누더기가 되었고 최소한의 재정 책임성도 실종되었다. 재정 포퓰리즘이 뉴노멀이 되었다.

한국판 뉴딜 프로그램 21조원 가운데 6000억원이 삭감되었다. 언발에 오줌누기다. 한국판 뉴딜은 제안될 때부터 21세기 4차 산업혁명의 기조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무늬만 바꾼 인프라 예산’이라는 평가도 제기되었다. 포스트 팬데믹을 겨냥한 미래지향적 예산 사업으로 보기에는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인 사업이 적지 않다. 5000억원 대의 지역 민원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여야가 나눠 먹었다는 내용은 정치권의 무책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년 새 150조원이 늘어난 국가채무 관리대책이 시급하다. 코로나 확산에 따른 네 번의 추경 편성으로 재정의 건전성 원칙이 훼손되었다. 종합부동산세, 소득세 인상 등으로 늘어나는 조세 부담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묻지마 식’ 예산 팽창은 심각한 국민 저항을 초래할 소지가 크다. 광의의 복지 예산이 200조원대에 달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매년 8~9% 예산 증가가 일상화 되면서 재정지출 증가율이 경상 국내총생산(GDP)의 2배를 상회한다.

정부는 국가채무 적자를 GDP의 60% 이내, 통합재정수지 적자를 3% 이내로 관리하는 재정준칙 도입을 발표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예외 조항으로 인해 ‘맹탕 준칙’, ‘연성 준칙’이라는 비판을 받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과 같은 기축통화국이 아니다. 재정수지와 국제수지가 바로 국가신인도에 영향을 미친다. 중규모 개방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건전재정이 특별히 중요한 이유다.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확대 추세도 우려를 자아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현 정부의 예타 면제사업 규모가 88조원을 넘는다. 이명박 정부(16.3조원), 박근혜 정부(23.6조원)를 훨씬 웃돈다. 일자리 확충을 목적으로 한 내년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26조5000억원에 달한다. 국가 균형발전을 목적으로 한 예타 면제가 확대되면서 “예타가 정치가 되었다”는 말이 널리 회자된다.

‘구멍 뚫린 보조금’, ‘눈먼 돈’ 소리를 듣는 국고보조금이 내년에는 1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보조금 수혜대상과 종류가 확대되면서 보조금의 정치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방만한 추경 편성도 도를 넘어섰다. 올해에만 추경으로 70조원의 예산이 늘어났다. 무분별한 국고보조금 증액도 예산 부풀리기에 일조하고 있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재정 포퓰리즘이야말로 나라 곳간을 무너뜨리는 전염병이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