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그들은 참 좋겠다

엄길청 글로벌애널리스트/미래경영학자
입력일 2020-12-08 16:00 수정일 2021-06-12 01:04 발행일 2020-12-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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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엄길청 글로벌애널리스트/미래경영학자

2020년 겨울을 앞두고 나타나는 코로나 확산세는 이전과는 다른 사람마다의 내부각성을 주문하고 있다. 이젠 중앙대책본부의 발표가 따로 없더라도 자기위생 검열이 스스로 강화되는 차원으로 감염차단의 의식들이 각자의 삶 속에 스며들고 있다. 공중화장실에서 손을 씻는 자세들이 너나없이 진지하다. 버스의 자리도 잘 알아서 지혜롭게 흩어져 앉는다.

거리의 사람들이 눈에 띠게 옅어지고 있으며, 마주 보고 걸어오는 사람들이 서로 길을 비켜주며 적절히 간격을 지키며 로봇처럼 스쳐 지나간다, 마주 앉아 도란도란 얘기하는 찻집도 점점 보이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오히려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사람들은 너나없이 애틋한 모습의 가족이거나 연인들이다.

행성은 태양을 중심으로 자기궤도에서 태양을 공전하며 우주에서 충돌 없이 지낸다. 이제는 사람들이 이 지구에서 모두 자기 궤도를 잡고 살아가야 할 자기행성의 시대로 접어드는 모양새이다. 우리가 다시 나는 자유인이고, 서로 더불어 뭉쳐야 살고, 우리는 언제나 하나라고 부르짖으며 다시 격한 포옹과 진한 감동을 나누고 살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코로나의 백신이 나온다고 이번의 걱정과 우려를 다 내려놓을 사람은 많지 않을 듯싶다.

우리가 만일 미래의 개인행성이라면 그럼 새로운 삶의 태양은 누구이며, 이제 평범한 시민들은 도대체 누구의 주위를 돌아야만 하는가.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초입에서 이런 일을 당했지만, 대부분의 나라들은 아직 1만 달러도 넘지 못했다. 중국도 아직은 1인 국민소득이 온전히 1만 달러의 나라가 안 된다. 일부 군비기술이 발달하고 전체 국가의 재정이 커서 그렇지 질적인 내용은 아직도 불안정한 일개의 신흥국이다.

그래도 가계의 여유가 있는 선진 국가들은 부유한 개인이나 여유 있는 가정의 증가된 각종 세금으로 일정하게 대응할 것이 예상이 된다. 그러나 언필칭 국가들도 이젠 자기궤도를 돌아야 할 형국이다. 미국 역시 개방적인 기대가 있는 바이든 정부가 들어와도 대체로 그들만의 궤도를 돌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나라와 영국 프랑스 독일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일본 등을 포함해서 일부 기술선진국들이 미국 주도로 특정한 과학기술의 신산업 태양계는 새로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른바 EPN이다. 물론 공산권과 이슬람은 배제가 예상이 된다.

이미 미국은 새로운 미래태양의 에너지를 비축하느라 달러를 마구 떨어트리고 있다. 안으로는 훼손된 소비력을 키우고 밖으로는 가격경쟁력을 회복하려는 양수 겹장의 전략이 미필상 경제엘리트와 부유층이 공감대를 가지고 증권시장에서 전을 펴고 있다.

이 장단에 다시 신이 난 일부 투자은행 애널리스트들은 또 예의 낙관론을 펴며 2021년 미국 주식에 투자하라는 장밋빛 리포트가 넘쳐난다. 참 그들은 좋겠다. 번번이 빗나가는 투자전망을 걸핏하면 까맣게 잊을 수가 있어서.

문제는 거리의 행인들이 사라지면 더불어 삶이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다. 오며가며 구세군 냄비가 힘겨운 이웃의 고난소리를 들려주고 있는데 손길은 이전보다 전혀 부진하다. 이 즈음이면 군밤도 팔고 고구마도 팔고 털장갑도 노전에서 팔았는데 아무도 없다. 그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으로 살아갈꼬.

그런 가운데 정부는 집값을 잡는다고 하면서도 다른 손으로 부동산세금을 올려가고 있고, 이젠 암호화폐도 디지털자산으로 인정한다며 투자차익에 세금을 곧 징수할 태세이다. 이런 통치 접근법으로 보면 논란의 주식시장 양도차익 과세문제도 결국은 시간의 문제인 것 같다.

점차 자유 보행하던 행인들이 일정한 자기행성의 궤도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시스템인생에서 본다면 평민들의 삶의 구조는 서서히 통화유동성 이익의 조세순환과 정부 재정지출의 보일러경제 생태계로 변해갈 태세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이제껏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정치인들과 행정기관의 샅바 다툼은 세상의 재물호사가 이제 정부와 권력이 있는 나변에서만 차고 넘칠 것임을 비통하게 암시하고 있다. 그들도 참 좋겠다. 국민들의 눈초리를 번번이 깔아뭉갤 수 있어서….

엄길청 글로벌애널리스트/미래경영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