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연결력의 지배자들

김시래 동국대 겸임교수, 한국광고총연합회 전문위원
입력일 2020-12-06 15:39 수정일 2021-06-12 01:05 발행일 2020-12-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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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 동국대 겸임교수, 한국광고총연합회 전문위원

모임의 계절이다. 누구나 모임을 갖는다. 지연이나 학연, 취향이나 취미가 같은 사람들, 또는 밥벌어 먹고 사는 과정에서 만나고 헤어지다 얽인 인연들이다. 동창회나 전우회는 전자의 경우고 친구나 지인과 함께하는 등산, 사진등의 동호회나 해외 여행때 만난 사람들의 인연은 후자의 경우다. 

태생부터 선후배라는 연대감과 소속감을 가지고 출발하는 모임은 규모가 크고 인원이 많은데 시간이 지나면 순수했던 명분은 사라지고 모종의 실리적 공동목표를 도모하기 위해 은밀한 관계로 변질된다. 이런 모임의 대화란 세상을 떠도는 풍문을 주고 받다 전체의 이익을 위해 맹약을 다짐하는 건배사로 마무리되는데 뒤돌아보면 중앙에 앉아 근엄한 표정을 짓는 사람의 과시욕이나 이해타산을 위해 멍석을 깔아주는 자리가 많았다.

글래스고 대학의 페이교수는 모임의 인원수에 따라 대화의 성격이 바뀌는 경향을 발견했다. 5명 정도의 소모임은 개인의 취향이나 가정사에 관련된 대화가 많고 10명쯤이 넘어가는 모임은 그들의 활동과 관련된 내용이 중심이 된다는 것이다. 즉 참여 인원이 적은 소그룹의 모임에선 건강, 자녀 등 개인사와 관련된 이야기가 오가는 반면 많은 회원들이 참여한 경우엔 그 취지에 맞게 그 집단의 공통적 관심사, 예를 들면 학교의 행정이나 군대 시절의 추억이 대화의 중심이 된다는 것이다.

전체회식이 끝나고 삼삼오오 모여 맥주집으로 향하는 샐러리맨도 마찬가지다. 회사의 발전을 위해 외쳤던 건배사의 기상은 사라지고 동료의 약점을 흘리거나 상급자에게 퍼붓는 뒷담화가 이어진다. 그래도 그런 자리는 드라마 “미생”에서 보듯 갈등과 경쟁의 에너지로 먹고 사는 우리에게 따뜻한 등불같았다.

코로나는 만남과 모임을 가로막았다. 마스크는 대화의 단절과 행동의 위축을 몰고 왔다.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학생들에게 변화에 대한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대응을 당부하지만 안타깝고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역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만나고 모이지 않고 트렌드가 만들어 준 연결의 힘을 이용한다.

박정우대표(50)는 올 해부터 디지털광고회사 애드미션의 경영을 맡았다. 그는 디지털 환경을 이용해서 광고주의 광고뿐만 아니라 마케팅을 책임진 사람처럼 움직인다. 구독 경제의 모델을 이용한 결제카드, 격투기 선수들을 위한 화장품, 콩을 이용해서 만든 육류대체 웰빙식품을 제안하고 전자상거래와 연결시켜 판매까지 책임진다. 기존 광고회사가 생각하지 못한 영역이다.

자신이 대행하는 기업의 제품을 아예 인터넷망으로 끌어들여 유통채널을 구축하려는 사람도 있다. 부쉬기획의 이성모대표(43)다. 그는 올해 안에 “프렌즈허브”라는 인터넷 유통 채널을 열어 새로운 고객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이 만들어 낸 다영한 접점을 이용해서 결합과 파생의 트렌드를 읽고 그 선두에 서려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다고 섭섭해하거나 낙심하지 말라. 지금 당신의 손에 들린 그 스마트폰으로 무수히 많은 만남이 이어지고 있다.

김시래 동국대 겸임교수, 한국광고총연합회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