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美대선, 승부는 중요하지 않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입력일 2020-10-04 11:55 수정일 2021-06-12 01:38 발행일 2020-10-06 19면
인쇄아이콘
배종찬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추석 연휴 기간동안 가장 큰 뉴스는 국내 뉴스가 아니라 국제 뉴스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멜라니아 여사 역시 확진 판정이 나왔다. 유력한 감염 경로는 모델 출신 홍보 전문가인 호프 힉스 보좌관이라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 판정으로 대선판은 더욱 요동치게 되었다. 지난달 29일 1차 TV 토론이후 경합주에서 두 후보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는데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대면 선거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셈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지난 1차 TV토론은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이었다. 토론 내내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의 발언 중에 딴죽을 걸었고 유권자들은 정상적인 토론을 보기 힘들었다. 사회자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끼어들기에 속수무책일 정도로 1차 TV토론은 정치적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판정은 대통령 선거의 중대 변수가 되어 버렸다. 다행히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가장 최근 대선 여론조사는 바이든이 약 10%포인트 가량 앞서가고 있다고 하나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판세다. 선거 결과는 경합주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각국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연신 위로 전문을 보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강력한 동맹국인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게 빠른 쾌유를 비는 전문을 보냈다. 주목받는 인물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다. 최근 들어 북미관계가 좋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위로 전문을 전달했다. 그만큼 한반도 정세에 미국 대통령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함축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한반도 안보 상황뿐만 아니라 경제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다. 남북관계는 북미관계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는 환경이다. 2018년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개최되었을 때 한반도 평화지수는 급격히 올라갔었다. 그러나 이듬해인 베트남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미관계는 정체되었고 남북대화는 거의 단절되는 상태나 다름없었다. 앞으로도 많은 과제가 있다.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북한의 비핵화와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대북제재완화가 핵심 과제다. 우리 정부가 요청하고 있는 ‘종전 선언’ 또한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라도 한반도 평화를 비롯해 한미 방위비 인상 등 산적한 과제는 해결되어야 한다. 인권을 중시하는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다면 급격한 변화는 아니더라도 북미관계는 종전과 달라지고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경제 문제 또한 변화는 불가피하다. 미국과 중국이 경제적으로 계속 충돌한다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과 이에 대한 대비 역시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법인세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 미국 경제의 등락이 글로벌 경제 특히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트럼프노믹스가 사라질 자리에 새롭게 들어올 수도 있는 경제 상황에 우리는 정교하게 대비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영향력은 여전히 강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일반 국민들은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트럼프가 재선이 되던 아니면 바이든이 대통령에 자리에 오르던 두 사람 모두 미국 대통령이라는 사실에 차이가 없다. 미국 대통령은 ‘자국과 자국민의 이익’을 최우선한다. 누가 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통치가 될 것인가를 예측하는 일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