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특목고, 자사고를 폐지하지 말고 지방에 더 늘리자

오세준 평택대학교 국제도시부동산학과 교수
입력일 2020-09-27 14:45 수정일 2021-06-12 01:40 발행일 2020-09-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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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준 평택대학교 국제도시부동산학과 교수

80~90년대에는 강남 8학군 고등학교들의 명문대 진학률이 압도적으로 높았었다. 학교당 서울대를 한해 60명 이상 진학시키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특목고, 자사고가 등장하고 난 이후부터는 8학군의 위상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외고 자사고 국제고를 모두 폐지하고 일반고로 일괄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을 접하자마자 떠오른 생각은 강남 8학군의 화려한 부활과 강남 집값 상승이다. 

특목고, 자사고 폐지의 이유는 이들로 인해 고교서열화가 발생하고, 사교육 열풍을 초래하며 빈부격차에 따라 교육 불평등이 심화될 뿐만 아니라, 본래 목적은 온데간데없이 교육 전반이 왜곡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사고, 특목고 등으로 우수 학생이 몰려서 일반고의 면학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도 한다.

그러나 과연 이들을 폐지한다고 일반고의 교육의 질이 갑자기 좋아질 것인지, 사교육비도 극적으로 줄게 될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2025년부터는 고교서열화도 사라지고, 교육 불평등이 해소될 것인가? 가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사교육비 지출이 완화되고 누구나 균등한 교육 평등의 기회를 얻게 될 것인가?

많은 교육전문가들은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한다. 더구나 고교 서열화를 없앤다고 하면서 모든 특목고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과학고, 영재학교, 예술고, 체육고는 유지시킨다고 한다. 소위 가장 입학이 어렵다는 영재고, 과학고는 그대로 유지한다니 뭔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다. 이공계 진학 비율이 높기 때문에 원래의 설립 취지와 부합하기 때문이란다. 이러한 학교들이 여전히 존재하는데 고교서열화가 사라진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음으로 가계에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고비용의 사교육비 문제에 대하여 특목고, 자사고가 사라지면 갑자기 교육의 질이 높아지고 사교육비가 줄어들게 될 것인가? 결과적으로 서울의 경우 강남 8학군을 비롯하여 양천 노원 등 교육 특구에 위치한 일반고에 대한 선호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새로운 서열화가 생기지는 않을까?

필자가 얼마 전까지 거주하던 지방의 어느 지역은 특정 학군 때문에 해당 지역의 아파트 전세 및 매매시세가 주변 지역 동급 아파트와 비교해서 1억원 이상 차이가 있었다. 인구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방 도시의 상황이 이럴진대 서울의 경우라면 지금도 심각한 상황인 강남 선호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특목고, 자사고를 폐지하는 대신 오히려 지방 위주로 더 늘린다면 어떨까? 등록금을 낮추고 우수하고 다양한 학습이 가능한 좋은 학교들이 많이 들어선다면 지방의 학생들이 앞다투어 서울,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서울에서 전국의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기업 직원들의 상당 부분은 자녀의 학교문제 때문에 가족은 서울에 둔 채 혼자만 내려와서 근무하며 주말부부로 살고 있다. 지방에 서울 못지않은 우수한 학교들이 많이 있다면 가족 모두 내려오지 못할 것도 없다고들 한다. 나아가 특목고, 자사고를 지방에 많이 유치시키면 인구 유입으로 인한 지역 경제 활성화와 더불어 인구의 서울, 수도권 집중화 완화 및 지방분산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오세준 평택대학교 국제도시부동산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