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드론 택시' 아직 갈 길 멀다

권희춘 한국창의과학진흥협회 회장
입력일 2020-09-23 14:35 수정일 2021-06-12 01:39 발행일 2020-09-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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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춘
권희춘 한국창의과학진흥협회 회장

뤽 베송 감독의 영화 ‘제5원소’를 보면 DNA 복제를 통해 새로 탄생한 여주인공이 미래 미국의 뉴욕에서 문화적 충격을 느끼고 탈출을 시도하다가 창밖으로 자동차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매우 놀라는 장면이 있다.

영화 속 설정은 2259년이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사는 우리는 2025년이면 날아다니는 ‘드론 택시’를 경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드론 규제 개혁 3단계에서 2인승 드론과 향후 10인이 탑승 가능한 드론 택시를 규제 없이 띄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드론이 고해상도의 영상과 고정밀 센서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활용, 안정적으로 비행을 하고 있지만, 아직 드론 비행 소프트웨어가 사람이 타는 수준으로 발전하려면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많다.

시중에 유통되는 취미용 드론은 저가의 센서와 소프트웨어를 탑재했으며, 추락해도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여기에 사람을 태우려면 추락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어야 하며,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기체가 탑승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를 추가해야 한다.

비행기는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비행 및 안전 시험을 거쳐 몇 겹의 보안장치를 적용했다. 드론은 저렴한 통신 장치, 센서, 배터리로 구성한 제품이 대부분이다. 사람을 싣고 날아다니는 드론에 대한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비행기와 동일한 수준의 운행 기준과 사람의 목숨을 보호할 수 있는 최첨단 솔루션을 입혀야 한다.

지금까지의 드론은 안전보다 무인 비행에 집중해 기술과 법이 선제적으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항공법 테두리 안에서 물건이나 사람을 옮기는 유인 드론을 운영하기 위한 기술적, 법적인 규제는 너무 많아 뛰어넘어야 할 과제로 지목받고 있다.

이미 선진국인 싱가포르와 두바이는 최근 도심에서 드론 택시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도심지의 교통난을 드론으로 해결했다. 하늘이라는 3차원 공간에서는 체증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 원하는 목적지까지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 이달 현대자동차 역시 인천국제공항공사, 현대건설, KT와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사업 추진 및 시험 비행 실증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앞서 현대차는 미국 IT·가전 전시회 CES 2020에서 UAM 콘셉트인 ‘S-A1’을 선보이며 미래 모빌리티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기술은 수요자가 존재하는 곳에서 발전한다. 해당 영역에 자본과 인력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의 드론을 보면 3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기술이 도입돼 안정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빠르게 발전해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해마다 5000명 이상이 자동차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등장하면 자동차 사고의 주요 원인인 과속과 음주운전 사례가 사라져 관련 사망자가 현저히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동시에 이와 연계해서 도로교통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정착되면 사람이 운전하지 못하도록 하는 황당한 법이 나올지도 모른다. 중요한 사실은 영화에서 보는 것과 같이 먼 미래가 아니고, 바로 몇 년 후에 우리 앞에 펼쳐질 세상이라는 것이다. 그 새로운 세상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권희춘 한국창의과학진흥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