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똘똘한 한 채, 동등한 한 채

김우일 대우M&A 대표
입력일 2020-09-15 06:00 수정일 2021-06-12 01:37 발행일 2020-09-15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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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일
김우일 대우M&A 대표

부동산 문제가 급기야 국민들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시한폭탄의 임계점에 다달았다.

미래를 꿈꾸는 젊은이들의 연봉은 비스킷 수준에 머물고있는 마당에 가정의 행복에 가장 중추적인 아파트값은 코끼리를 닮아 가고있다. 자고 일어나면 ‘억’하는 소리에 ‘억’하고 가슴이 막히는 기막힌 별세계가 벌어지고 있다.

이는 아파트시장이 모든 경제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수요와 공급이 자율적으로 조정될 수있는 완전시장이 아니라 정해진 토지 위에 생산되는 고정성의 결과, 지리적위치, 주변환경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제한되고 따라서 그 가치가 다르게 평가되는 불완전 시장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완전시장의 특성은 다음 몇 가지를 뽑을 수가 있다.

첫째, 공급자 시장(seller‘s market)과 수요자 시장(buyer’s market)이 지역별로 분리되어 제한적이고 불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정상적인 가격결정보다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비정상적 가격결정이 발생한다.

둘째, 법적규제는 대부분 수요와 공급을 억제하거나 숨통을 틔어주는 기능인데 이는 정상적인 수요와 공급시장을 전제로 그 효과를 기대할 수있는 데 불완전시장에서는 법적규제가 오히려 거꾸로 불완전한 수요와 공급을 부추겨 사태를 더 왜곡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셋째, 매점매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부르는 게 값이라는 불완전시장에서 매점매석은 당연히 발생되는 자연현상이다.

2017년 현정부가 들어선 이래, 부동산 폭등을 막기위해 내놓은 부동산 규제는 남발된 난수표와 다름없었다. 매년 수 차례씩 이번에는 수요억제책을, 다음에는 공급대책을 번갈아 발표하고 국민들에게는 부동산을 사면 역적이라고 위협하는 으름장을 놓고있다.

전문가가 봐도 영 오리무중인 부동산규제 내용은 부동산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신호를 정부가 국민들에게 주는 것과 다름없다. 즉 왜곡된 해석을 국민들에게 던져 주고있는 셈이다.

이에 지역별로 수요와 공급이 다른 불완전시장에서 이쪽을 치면 저쪽에서 튀어 오르는 두더지모양과 잠시 쉬었다 황야를 거침없이 달리는 역마차모양의 부동산시장을 연출하고있다.

아파트값을 잡기 위해 만드는 규제가 많으면 많을수록 거꾸로 아파트값을 더욱 폭등시키는 정비례함수관계를 나타내고있다. 반비례함수관계를 목표로 했는데 반작용이 생긴 것이다.

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는 보다 근본적이고 과감한 부동산정책을 관련부처에 주문하고싶다.

광란의 아파트시장을 잠재우기위해서는 제일 먼저 필요한 정책이 현재의 불완전시장을 완전시장으로 바꾸는 거시적인 계획이다.

냉장고를 보면 알수있다. 어느제품을 사나 어디에서 냉장고를 사용해도 별 평가차이가 없는 범용상품이다. 따라서 가격변동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정상적으로 결정되어진다.

아파트도 어느 회사가, 어느 지역에서 지어도 주변환경상의 유리한 점이 없다면 별 평가차이가 없는 범용상품이 되어 가격변동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 정상적으로 결정되어질 것이다.

국민들 머리 속에 ‘똘똘한 한 채’라는 신기루대신 ‘동등한 한 채’라는 아파트에 대한 개념이 자리 잡힐 때까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균형적인 국토개발과 주택 인프라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 말로 부동산규제와 폭등의 악순환을 막는 지름길이다.

김우일 대우M&A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