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안전속도 5030, 유연하게 추진해야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입력일 2020-09-20 13:55 수정일 2021-06-12 01:38 발행일 2020-09-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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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발생 및 사망자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위권에 속한다. 후진국형 운전면허제도의 개선은 물론, 안전 인식 제고를 위한 지속적인 교육이 중요하다. 운전을 배운 적도 없는데 자동차를 끌고 나오거나, 비상대처법처럼 차량에 대한 상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교통사고와 이로 인한 사망자 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책이 전무하다는 게 가장 큰 한계다. 아직까지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가중처벌 조항이나 경사 주차장에서의 고임목 설치 의무화 등이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경찰청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안전속도 5030’ 정책이다. 도심지 간선도로에서 시속 50㎞ 이하, 이면도로에서는 30㎞ 이하로 운전하도록 규정했다. 이미 작년 11월 부산시가 전격적으로 도입했으며, 시범 운행하는 지역이 늘고 있다. 내년 4월부터 전국적으로 진행하는 의무 정책이다. 시속 60~70㎞로 달리는 자동차가 사고를 내면 대부분의 보행자가 치명상을 입지만, 시속 50㎞ 이하로 속도를 낮추면 약 20% 이상의 부상 경감효과가 있다. 신호등이 많은 도심지에서는 시속 10~20㎞ 수준으로 이동해도 목적지까지 큰 시간 차이 없이 도착할 수 있다. 이면도로에서는 어린이 보호구역뿐만 아니라 좁은 도로에서 아예 시속 30㎞ 이하로 제한 속도를 설정해 사고를 대폭 줄이는 게 목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급출발, 급가속, 급정지 등이 습관화되어 있으며, 차량 간 간격도 너무 좁게 유지하는 등 나쁜 운전 습관을 가지고 있다. 보복이나 난폭 운전 사례도 많다. 따라서 강제적인 속도 제한은 광범위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일방적으로 규제만 한다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5030 정책의 효과가 기대되지만, 무조건적인 적용은 국민들의 반감을 살 수 있다.

한 예로 부산처럼 좁은 골목과 굽어진 길이 많은 지역은 5030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지역 안에서도 길거리 형태와 차선, 교통량 등을 여러 측면에서 살펴보면 속도를 조금 높일 수 있는 기반이 충분하다. 차선이 넓고 직선으로 먼 곳까지 시야 확보가 가능하며, 차선에 중앙 분리대가 있고 교통량도 적절한 도로에서는 굳이 시속 50㎞ 이하로 제한을 둬 불필요한 속도위반 단속 사례를 만들 필요가 없다. 도로 조건에 맞게 속도 제한을 높이고 무인단속기로 적절히 규제한다면 정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충분히 유연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최적의 환경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정책의 유연성을 촉구한다. 골목길처럼 사고의 위험이 큰 구역은 시속 10~20㎞ 안전표지판을 설치해 제한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영국은 위험한 골목길에 시속 17㎞ 표지판도 도입할 정도다.

안전속도 5030 정책은 선진 운전 문화 구축을 위한 핵심이다.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곳과 낮춰야 하는 곳을 구분해 합리적이고 유연한 정책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단기간 안에 효과를 내기 위한 강제적인 규제 정책만을 추구하는 것보다, 중장기적으로 정권이 바뀌어도 길게 갈 수 있도록 관련 교육을 꾸준히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