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나이키와 트로트의 공통점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입력일 2020-09-02 14:05 수정일 2021-06-12 10:38 발행일 2020-09-03 19면
인쇄아이콘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2018년 9월 미국 프로미식축구(NFL) 샌프란시스코 포티아이너스(49ers) 팀의 간판스타인 콜린 랜드 캐퍼닉(Colin Rand Kaepernick) 선수가 나이키 탄생 30주년을 기념하는 광고에 등장했다. 

그는 2016년 시즌 그린베이 패커스와의 시범경기에서 미국 국가가 울려 퍼지자 다른 사람들처럼 기립하지 않고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았다. 이 사건으로 캐퍼닉은 국민적 비난을 받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서 “그에게 맞는 나라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힐난했다. 

캐퍼닉이 등장한 이 광고는 미국 사회를 정확하게 둘로 나눴다. 백인과 흑인 간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고 나이키 운동화를 불태우는 퍼포먼스 동영상이 난무했으며 언론사들은 “나이키가 도박을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백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캐퍼닉의 흑인민권운동가로서의 행동은 그 배경에서 보듯 나름의 이해가 된다. 그런데 나이키는 왜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물을 광고 전면에 내세웠을까?

포춘지의 조사에 의하면 광고 캠페인이 끝난 3일 후 나이키의 매출액은 31%나 상승했고 지금까지 나이키 광고 중 큰 성공을 거둔 사례로 기록됐다. CNN 조사에 따르면 18~44세 고객은 나이키의 광고를 지지했고 65세 이상은 반대의견이 현저하게 많았다. 아무리 신념을 가진 회사라도 매출을 무시하고 존재할 순 없다. 결국 젊은 집단을 타깃으로 집중 공략한 나이키의 광고가 매출을 급격하게 끌어올리게 만든 것이다.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를 ‘Z세대’라고 한다.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과 SNS를 적극 활용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디지털 네이티브’(디지털 원주민) 세대다. 청년 세대를 대표하는 Z세대는 새로움에 즉각 반응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브랜드나 셀러브리티에 몰입시키며 대상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고 격렬하게 표현한다. 이때 형성된 감정은 중년기와 장년기의 문화적 취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현재 40~60대의 음악적 취향은 상당수가 고등학교 때 형성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이키가 논란의 중심에 있는 캐퍼닉을 끌어들인 이유는 새롭게 주목받는 Z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방탄소년단(BTS)을 세계적인 문화 아이콘의 반열에 올려놓은 장본인은 자본력이 있는 ‘X세대’나 ‘베이비 부머 세대’가 아닌 ‘Z세대’다. 

독특한 점은 Z세대의 문화적 취향이 부모세대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Z세대는 부모와의 좋은 관계를 형성하며 성장해 왔다. 역으로 해석하면 부모들이 일상적으로 내리는 의사결정에 Z세대가 원하는 대로 공감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왔다는 의미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Z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자신의 감정을 잘 수용해주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성장했으며 이런 수용적 이해관계 속에 뚜렷한 가치관이 정립된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의 캐퍼닉을 등장시킨 나이키 탄생 30주년 광고를 지지한 연령층이 40대 중반까지 해당되는 것만 봐도 Z세대의 파급력을 이해할 수 있다. 

최근 한국에서 트로트가 흥행하는 이유 역시 다르지 않다. 기성세대들의 지지와 공격적인 마케팅 덕분일까? 아니다. 팝과 록, 재즈, 펑키를 섞어 트로트의 ‘뽕끼’를 마음껏 즐기는 Z세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 옆자리를 채운 Z세대의 부모와 함께.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