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발렌베리 가문이 존경받는 이유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입력일 2020-07-15 14:08 수정일 2020-07-15 14:09 발행일 2020-07-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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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오늘날에는 당연하게 보이는 이 선언은 프랑스 혁명 이래 인류가 피땀으로 획득한 자유와 평등이다. 몇 세기 전만 해도 직업조차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었다. 사실 문자를 배울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오래전 인기를 끌었던 TV 사극 ‘제중원’은 개화기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였다. 천민 백정의 아들이 천신만고를 이겨내는 눈물겨운 성공담이다. 주인공은 서양의사 1기 7명 중 하나가 된 후 독립투사로 헌신한다. 감동이 아닐 수 없다. 신분의 벽을 깨부수면서 이룬 인간 발현이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은 계급이 없는 살기 좋은 세상이다.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다. 헌법 제11조 3항이다. “훈장 등의 영전은 이를 받은 자에게만 효력이 있고, 어떠한 특권도 따르지 아니한다.” 그렇다. 누구나 그가 성취한 ‘훈장 등의 영전’은 그에게만 속한다는 것이다. 즉 옛날의 신분이나 계급처럼 세습되지 아니한다는 뜻이다. 물론 선진국도 다 그렇다. 백작의 아들이 백작이 되지 않는다. 아예 작위가 없어졌다.

혹시 있더라도 장식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국의 여왕과 가족들은 사실 관광자원이 아닌가. 요즘 식으로 말하면 목사 아들이 저절로 목사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의 대표적인 대형교회 담임목사직은 세습되는 경우가 꽤 있다. 막대한 재산과 숭배(?)받는 신분을 그대로 자식이 이어간다. 게다가 떼지어 파벌싸움을 해댄다. 꼴불견이 아닐수 없다.

장인정신으로 똘똘 뭉친 일본의 자동차 회사 혼다는 창업자인 혼다 소이치로가 세습경영을 애초에 차단한 것으로 유명하다. 혼다는 친인척은 물론 자식들에게조차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혼다에는 혼다가 없다”는 명언이 회자되고 있다. 미국시장에서 도요타와 수입차 양대산맥으로 사랑받고 있는 연유이기도 하다.

얼마전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인 삼성의 3세대 CEO인 이재용 부회장이 “더 이상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하면서 우리나라 재벌기업에서도 무조건적인 세습 관행을 끊는 신호탄을 쏜 것으로 이해된다.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은 스웨덴에서 가장 존경받는 최대 재벌이다. 1856년 창업주 앙드레 발렌베리는 은행을 창업했다. 그 후 2대 CEO 크누트, 3대 마르쿠스, 4대 피터, 5대 야곱 인베스터 회장과 마르쿠스 주니어 SEB 회장에 이르렀다. 스웨덴의 ‘경주 최부잣집’이다.

발렌베리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다. 부모 도움 없이 대학을 졸업해야 하고 해외 유학을 마쳐야 한다. 또 해군장교로 복무한 후 다른 기업에서 업적을 이뤄야 한다. 이것이 최소 조건이다. 이런 조건을 갖춘 이들끼리 경쟁을 벌여 후계자가 결정된다. 그룹 대부분의 수익금은 세금으로 납부하고 배당이익은 공익재단으로 보내 스웨덴의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사용한다.

위태위태한 북한의 김일성 가문도 김정일을 거쳐 3세대 김정은에게 세습되었다. 그리고 미국의 별난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해법이 보이지 않는 북·미회담으로 세계의 뉴스꺼리를 만들었다.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한국의 교회와 기업들이 되기를 갈망한다.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