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최고이자율 인하 논란…“‘궁박’에게 물어봐”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입력일 2020-06-22 14:29 수정일 2020-06-22 14:30 발행일 2020-06-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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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우리 민법은 ‘당사자의 궁박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하고 있다. 불공정한 법률행위의 한 유형으로 ‘궁박’을 들고 있다. 대법원은 궁박의 의미를 ‘급박한 곤궁’으로 해석하면서 경제적 원인 뿐 아니라 정신적, 심리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다고 풀이한다.

2002년 시행된 대부업법은 최고이자율을 규제하는 방식을 도입해 이를 초과하는 이자약정을 무효화했다. 당시 최고이자율은 연 66%였으며, 이는 사금융의 관행이 월 이자 개념으로 대출하는 것을 반영해 월 5.5%를 기준으로 삼은 것이었다. 이후 최고이자율은 49%, 39%로 낮아지고 재작년엔 24%로 낮췄다. 한편 1998년 이자제한법이 폐지돼 대부업체 이외의 개인 간 금전소비대차거래에는 최고이자율을 적용하지 못하는 기형적 현상이 생겨 2007년 이자제한법이 부활됐다.

여러 통계를 종합해 보면 대부업체 이용자의 70% 정도는 긴급 생활자금이 필요해서인 것으로 나타난다. 경제적으로 궁박한 처지에서 일반 금융기관을 이용할 수 없게 돼 이용하게 된다는 해석이다.

금융감독원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기준으로 대부업체의 신용대출 이용자는 약 173만명이며 대출잔액은 8조원이다. 1인당 약 470만원을 이용하는 셈. 현재 연 24%의 최고이자율을 조금 더 낮추느냐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 궁박한 처지에 있는 금융수요자의 애로를 해소해 주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대부업법 시행 이전 사금융 업체들의 금리는 대규모 기업형 업체들조차 연 120% 정도였다. 연 1000%도 허다했다. 법 시행으로 등록을 시키고 지자체가 관리감독을 하게 됐으며, 최고이자율도 연 24%로 낮추고 인적·물적 요건도 강화해왔다. 자산 100억원 이상은 금융위원회에 등록시켜 관리하고 있다.

‘궁박’을 이용하는 것과 그것을 벗어나려는 것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본다. 월세가 밀려 방을 빼야 하는 지경이거나 몸이 아파 당장 병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돈’은 돈 이상의 의미다.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의 문제라는 것.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대부업체 이용자 중 1년 이내 상환금액비율은 81.7%. 이중 절반이 6개월 이내 상환하는 걸로 조사됐다. 1년간 500만 원 빌리는 이자로 볼 때 최고이자율을 연 2%포인트 낮추면 10만원, 4%포인트 낮추면 20만원의 이자를 덜 내게 된다. 500만원 급전 수요자에게 연간 10만~20만원을 낮춰 주는 게 중요할까 아니면 그 정도 비용을 지불하고라도 돈을 빌릴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중요할지는 불문가지로 보인다.

작년 대부업체의 대출거절비율은 88.3%에 이른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추정한 바로 작년 한 해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거절당해 사금융에서 빌린 수가 16만명 정도라 하니 심각하다.

대부업이 제도 내로 들어온지 20년 가까워 온다. 대부업을 제도화 하기 이전의 사금융을 다루던 시각에서 벗어나 ‘금융의 최후 보루’로서 또 ‘금융의 안전망’ 차원에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부업체에서 급전 쓸 일이 없는 중신용자 이상에게 ‘대부업 이자율 낮추는 게 좋겠냐’라고 질문하지 말고 실제 쓸 저신용자에게 물어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