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기업부채↑…한계기업 급증에 경제 펀더멘털 ‘흔들’

홍보영 기자
입력일 2020-06-16 16:05 수정일 2020-06-16 16:24 발행일 2020-06-1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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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은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올해 1분기 기업들의 매출액증가율과 영업이익률, 부채비율 등이 모두 악화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가 3월부터 본격화한 만큼, 2분기 기업성적은 더 나빠질 전망이다.

특히 1분기 국내기업 부채비율이 3년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나 우려를 낳고 있다. 코로나19로 고사 위기에 놓인 기업들이 돈을 빌리는 사례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1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1분기 기업경영분석’ 통계에 따르면, 1분기 외감기업들의 부채비율이 지난해 4분기 84.3%에서 88.0%로 껑충 뛰었다. 특히 석유화학과 운수업체가 영업 손실 발생으로 부채비율이 크게 상승했다.

또 다른 안정성 지표인 차입금 대 매출액 비율은 33.03%로 지난 2015년 1분기 통계 편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날 이 같은 상황을 보고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는 하위 기업들이) 코로나 상황이 끝나고 원래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멍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으로부터 한국은행 기업 경영 분석 내용에 대한 보고를 받고 이같이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멍’ 발언을 두고 “개인 소비는 원상으로 돌아갈지 모르나 코로나 충격이 더 길어지면 일부 하위기업의 후유증을 크게 남길지 모른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업들의 경영여건은 악화추세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충격이 본격화한 올 2분기에 기업들의 경영상황이 더 나빠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채비율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이미 영업으로 번 돈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국내기업은 3곳 중 1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높인다.

지난해 말 기준 상장기업 중 한계기업은 모두 143개로, 상장기업의 20.8%에 해당한다. 한계기업이란 주로 이자보상비율 100%를 기준으로 좋고 나쁨을 판단한다. 한국은행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은 34.1%로 전년대비 2.8%포인트 증가했다. 상장기업 기준으로는 20.8%로 2.9%포인트 늘었다.

올해 2월부터 전세계로 퍼지기 시작한 코로나19로 인해 면세·항공·여행·호텔업 등 서비스·운수업종의 타격이 컸다. 미국, 중국, 인도를 비롯한 주요국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한 차례 이상 국경을 봉쇄한 탓이다.

한은의 발표에 따르면 1분기 서비스 업종의 주요 성장성지표인 매출액증감률은 -2.1%로 전년 동기(0.8%) 대비 마이너스 전환했다. 같은 기간 운수업도 4.2%에서 -1.8%로 역성장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한계기업들의 현금 소진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상장기업 중 3.22%가 현금 소진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며 “자본잠식기업의 경우 6개월 이내 보유 현금을 소진할 확률이 최대 17.91%로 추정된다”라고 설명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만성적 한계기업이 증가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해 한계상황까지 내몰리는 기업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이런 기업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자금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 정부는 지난 14일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한계기업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토지 비축 제도를 활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홍보영 기자 by.hong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