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코로나 시대의 슬기로운 스포츠생활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입력일 2020-06-04 13:55 수정일 2020-06-04 13:56 발행일 2020-06-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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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코로나 사태는 모든 이들의 일상생활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사라져버린 후에야 그 고마움을 비로소 깨닫게 되는 공기와 물처럼 그동안 너무도 당연시 여겨졌던 많은 것들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는 무참히 앗아 갔다. 그 중 대표적인 존재가 스포츠 아닐까? 코로나19의 습격으로 세상 모든 스포츠는 올스톱됐다. 스포츠채널들을 아무리 돌려봐도 새로운 경기중계는 자취를 감췄다. 그 와중에 세계적으로 모범방역국이라고 칭송받는 한국의 스포츠가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실내스포츠 농구, 배구는 일찌감치 리그 종료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지만 새 봄이면 늘 시작되던 축구, 야구가 한달 이상 뜸을 들이다 5월 초 조심스럽게 무관중 개막을 시도했다. 비록 경기장에 직접 찾아갈 수 없고 TV중계에 관중의 함성이 들리지 않아 어색하고 아쉽지만 스포츠의 암흑기에서 허우적대던 많은 스포츠팬들에게 무관중 경기는 한줄기 빛과도 같았다. 야구의 본고장 미국 야구팬들조차 그들의 새벽에 중계되는 한국 프로야구에 열광하고 있다. 메이저리그(MLB) 개막이 7월 초로 연기되면서 미국 최대 스포츠 채널 ESPN은 먼저 개막한 KBO 리그 중계권을 사들였다. 그렇게 한국 야구는 태평양 건너 미국팬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화제거리를 만들어냈고 한류의 스포츠 버전이 강제로 시작됐다.

야구 뿐 아니라 축구, 농구, 골프 등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분데스리가는 뒤늦게나마 개막했지만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는 6월 말로 개막을 미뤘고 다른 유럽 리그들도 개막 일정이 순탄하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프로골프(PGA),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도 7월 이후로 미루어졌고 테니스, 복싱, 포뮬러1(F1) 등 수많은 프로 스포츠들이 입장료 및 중계권 판매 등 판로가 막히면서 수익 창출에 골몰하고 있다. 미국프로농구(NBA)는 NBA스타들이 가상으로 참여하는 e스포츠에 기대를 걸고 있다. 2018년 출범한 NBA2K 리그는 실제 NBA 구단들이 리그 내 e스포츠팀들을 직접 운영하는데 ESPN에서 이를 생중계하면서 새로운 수익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더불어 마이클 조던 등 각종 다양한 다큐멘터리 제작, SNS에서 선수들의 자가격리 파티 생중계 등 다양한 콘텐츠도 준비 중이다.

전염병이 뉴노멀로 자리잡은 시대에 스포츠 콘텐츠를 전달하는 미디어 시장의 얼굴도 달라지고 있다. 이미 NBA, MLB 등 주요 리그들은 경기 생중계가 퇴색되면서 방송사를 건너뛰고 유튜브나 자체 스트리밍 채널을 동원하는 형태로 바뀌어가고 있다. 아마존이 2019년 말 영국에서 EPL 스트리밍을 시작해 구독자가 35% 늘었다. 스츠팬들에게 방송사의 존재감이 서서히 떨어지고 있는 현실의 방증이다.

멀리 떨어진 가족과 친지들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기를 이용해 온라인으로 함께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풍토도 코로나19로 인해 비로소 시작됐다. e스포츠 업계는 오히려 수익이 늘어나 2020년 10억6000여만 달러(약 1조3000억원)의 수익을 거둘 예정이다. 무관중 경기가 한없이 지속되지는 않겠지만 전염병 등 비상사태에 대비해 전통적인 스포츠산업도 e스포츠의 장점과 특성을 최대한 벤치마킹해야 한다. 쇼(Show) 뿐 아니라 각본 없는 드라마도 계속돼야(Must Go On)한다.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