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큰 시련에 직면한 '중국몽'

박종구 초당대 총장
입력일 2020-06-01 14:44 수정일 2020-06-01 17:04 발행일 2020-06-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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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구 초당대 총장
박종구 초당대 총장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1단계 미·중 무역협상 타결 이후 다소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는데 코로나19 발생 책임과 홍콩 문제 등으로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미국 조야에서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이 무성하다. 사망자수가 10만명을 넘어서는 미증유의 보건 위기 속에서 11월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보좌관은 “중국에 대한 청구서가 나와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 손해배상이 있어야 한다”며 대중 강경론을 주도하고 있다.

양국 갈등은 코로나19 이후 세계 질서를 누가 주도할 것이냐는 글로벌 패권 경쟁과 관련이 깊다. 미국은 자국 중심의 경제 블록인 경제번영 네트워크(EPN: Economic Prosperity Network)를 만들어 한국, 일본 등 우방국에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외국기업 보유책임법이 상원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트럼프의 대중 강경노선은 정치권, 학계, 언론계, 노조 등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하버드대 윌리엄 오버홀트 박사는 “중국이 슈퍼 파워로 행동하면서 개발도상국의 이익은 다 누리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11월 대선에서 민주당이 집권하더라도 강경 기조는 계속될 것이다. 국제 무대에서 무법자처럼 행동하고 자국의 이익만을 오로지하는 중국을 제재해야 한다는 정서가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응 미숙과 경기침체 심화로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린 트럼프는 11월 재선이 자신에 대한 신임투표로 변질되는 것을 중국 카드로 모면하려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중국 또한 미국의 압박에 강력히 대처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중국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음을 인정하면서 내수에 기대어 자립경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편으로 주변국을 압박하는 전랑(戰狼) 외교를 노골화하고 있다. 주요 교역 상대국인 호주에 대한 보복 조치는 자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는 그 어떤 도전도 불용하겠다는 단호한 의지 표명이다. 위안화 가치를 지속적으로 평가절하해 미국의 압박에 환율 보복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홍콩 주민과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홍콩 보안법을 제정할 방침이다. 소위 일국양제(一國兩制)에 따른 광범위한 홍콩 자치에 선을 긋겠다는 결정이다. 해외 자금의 70%가 홍콩을 통해 유입된다. 중국 기업의 70%가 홍콩에서 해외 기업 공개를 추진한다. 미국이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폐지할 경우 심각한 후폭풍이 불 것이다. 외국 자본과 우수 인력의 유출이 불가피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인민의 희생이 세계 각국에 소중한 시간을 벌어줬고 중요한 공헌을 했다. 세계가 중국에 빚을 졌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글로벌 주도권 장악 의사를 명확히 했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중국이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중국의 위상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지나친 보호주의, 국수주의 행보에 중국을 경계하는 신황화론(新黃禍論)이 거세다. 미·중 관계가 작년의 무역전쟁, 관세전쟁에서 이념, 거버넌스, 국가전략을 둘러싼 전면적 패권경쟁으로 확대될지 지구촌의 관심이 뜨겁다. 중화제국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중국몽이 중대한 시련에 봉착했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