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가정의 달, 디지털 시대에 맞는 꿈 찾아가길

신종철 한국만화영상진흥원장
입력일 2020-05-26 14:37 수정일 2020-05-26 14:39 발행일 2020-05-25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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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화영상진흥원_신종철 원장
신종철 한국만화영상진흥원장

5월 가정의 달이 저물어가고 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등 5월은 소중한 인연으로 엮인 가장 작은 사회의 구성원들과 행복을 나누고 서로를 축복해주는 의미 있는 달이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어린이날이 있어 아이들에게는 더 특별하기도 하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초·중·고 1200개교의 학생 2만478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9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의 설문 결과를 보면 아이들의 꿈과 희망에 대한 흥미로운 결과가 있다.

그중 하나는 초등학생의 희망 직업군으로 프로게이머를 넘어 유튜버, 인터넷방송 진행자(BJ), 만화가(웹툰작가) 등 다양한 디지털 관련 직업이 상당수 등장했다는 것이다. 국내외 미디어 플랫폼 사용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영상 플랫폼을 통해 원하는 콘텐츠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현재 트렌드가 아이들의 직업군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유튜버는 2018년 조사에서 5위로 첫 등장한 이후 2019년에는 3위로 순위가 더 올랐다.

반면 중학교에서는 디지털 관련 직업이 상위권에 나타나지 않는다. 교사, 의사, 경찰관 등 조사가 처음 시작된 2007년 이래 상위를 놓치지 않는 직업군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릴수록 희망 직업에 대한 한계나 틀이 없다보니 자신의 꿈을 마음껏 상상하고 얘기할 수 있는 반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현실의 벽에 부딪혀 꿈을 접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자신의 꿈보다는 학업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 경험의 세계를 좁히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또한, 희망 직업이 없다고 대답한 학생 비율도 이전보다 더 높았다. 자신들이 원하는 꿈과 현실 가능성이 있는 직업 사이에서 고민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이들의 꿈이 현실과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안타깝기도 하다.

지금은 그야말로 디지털 시대다. 콘텐츠 하나로 전 세계가 소통하는 시대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으로 지금보다 더 지능화된 사회로 변할 것이고 미래 직업에도 많은 변화들이 생길 것이다. 이런 디지털 시대에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경험을 단순 오락으로 치부하며 오히려 경험의 세계를 좁히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예전 우리의 학창시절, 최고의 오락거리는 만화였다. 용돈이 생기면 아이들은 삼삼오오 만화방에 달려가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만화책을 읽었다. 물론 어른들은 난리가 났었다. 책을 읽어야 할 아이가 만화를 보고 있으니 당연히 혼이 날 일이었다.

하지만 신기한 것은 만화라는 콘텐츠를 통해 상상력에 날개를 달고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고 그 속에서 희망 직업을 찾아가는 과정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만화책 속에 담겨진 판타지에서 아이들은 주인공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우주인도 만나고 동물과도 이야기 하고 미래와 현재, 과거를 오가며 영웅을 꿈꿨다. 만화 속 이야기는 신났고 아름다웠다. 현실에서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디지털 환경으로 바뀌고 있는 시대에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경험이 좁아지지 않도록 틀에 매이지 않도록 격려하고 응원해주어야 한다. 이전에 만화책을 읽으며 그 속에서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갔던 것처럼 디지털 시대의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아이들이 꿈을 꾸고 성장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도 미래 한국의 만화산업을 이끌 창의만화 인재 발굴을 위해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개최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자라는 아이들이 더 거대한 꿈을 가지지 못할 것이라는 염려는 지우고 어른들의 욕심으로 아이들이 가진 꿈의 날개를 묶어두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보자. 만화책 대신 웹툰을 읽으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디지털 콘텐츠는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닌 그 안에서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기도 하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창의적으로 만들어 볼 수 있는 장(場)이 될 수 있다. 5월, 아이들의 꿈이 더 많이 자라야 하는 달이다. 코로나19로 위축되었다면, 이제 아이들이 디지털 콘텐츠에서 경험을 넓히고 올곧은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지지해보자.

신종철 한국만화영상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