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감사원장의 쓴소리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입력일 2020-05-13 14:51 수정일 2020-05-13 14:52 발행일 2020-05-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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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최재형 감사원장(65)이 ‘원전 감사’를 맡았던 국장을 교체하면서 쓴소리를 내놨던 것이 뒤늦게 전해졌다. 

한 주요 일간지는 지난 8일 최 원장이 지난 달 20일 감사원내에서 ‘원전 감사(월성원전 1호기 폐쇄)’를 진행해온 이준재 공공기관감사국장을 산업금융감사국장으로 전보하며 털어놓은 인사배경을 보도했다.

최 원장은 아흔이 넘은 그의 부친(최영섭 예비역해군대령. 92세)의 일화를 소개했다고 한다. 최 원장의 부친은 1999년 6월 우리 해군이 NLL을 침범한 북한함정을 선체끼리 충돌하는 방법으로 밀어내면서 긴장이 고조돼 있을 때였다. 그의 아들인 최원장에게 인천 제2함대로 함께 가자고 했다고 한다.

최 원장 부친의 해군사관학교시절 제자였던 당시 제2함대 사령관은 “대원들 사기는 어떠냐”는 물음에 “맹렬히 짖으면서 사냥감을 향해 달려들려고 하는 사냥개들의 끈을 잡고 있는 기분입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최 원장 부친이 “그러면 됐다”고 발길을 돌렸다고 했다.

최 원장은 이 일화를 소개하면서 휘하 실장, 국장들에게 “그 당시 사령관이 느꼈던 그러한 분위기가 우리 감사원에도 필요하다”며 “원장인 제가 사냥개처럼 달려들고 여러분이 뒤에서 줄을 잡고 있는 모습이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감사대상의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의연한 자세로 감사에 임하라”는 지시도 내놨다. 정치권 눈치를 보는 감사원 문화를 비판한 것이다. 원전 감사는 지난해 9월 국회요청으로 진행됐다.

국회법에 따라 감사원은 최대 5개월내(1차례 기간 연장 포함)에 감사결과를 국회에 통보해야 했지만 법적기한을 2개월 넘긴 뒤까지도 통보하지 못했다. 월성1호기는 당초 설계 수명이 2012년 11월까지였지만, 5600억원을 들여 전면 개보수를 마친 후 2022년 11월까지 연장운영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뒤 돌연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조기 폐쇄됐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2018년 폐쇄결정전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에서 가동률이 95%를 넘었는데도 2022년까지 예상가동률을 60%로 적용해 논란을 불렀다. 조기폐쇄를 위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도록 불리한 수치를 대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러한 ‘원전 감사’가 감사원의 떳떳치 못한 감사수준에 도달하자 평생 ‘공공의 가치’를 실천하며 살아온 판사 출신 최재형 감사원장에게는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2017년 12월초 문 대통령은 물론 측근 그룹과도 특별한 인연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고 특정 정치 성향으로 화제에 오른 적도 없는 당시 사법연수원장이었던 그가 감사원장 후보로 지명됐을 때였다. 노무현 정부때 판사 출신인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그녀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 후보자는 사법연수원 13기로 제가 한반이었다”며 “말이 없으시고 조용히 드러내지 않고 선(善)의 가치와 공공이익을 위한 윤리의 실천을 누구보다 진지하게 한결같이 해내며 곧은 길을 걸어가는 분”이라고 했다.

최 원장은 경기고 학생시절 다리가 불편한 친구를 업고 등하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법 연수원때까지 ‘어부바 우정’을 이어간 정성과 뚝심의 사람이다. 이런 공직자를 통해 권력과 사회가 정화되기를 바란다.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