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보약보다 걷기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입력일 2020-05-14 14:35 수정일 2020-05-14 14:36 발행일 2020-05-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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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허준의 동의보감에 따르면 좋은 약보다 좋은 음식을 먹는 게 낫고, 좋은 음식보다 걷는 게 더 좋다는 말이 있다. 어떤 좋은 약이나 음식보다 걷는 것이 건강에 가장 좋다는 뜻이다. 필자도 이참에 걷기에 도전하였다. 막상 걸어보니 은퇴자에겐 걷기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걷기는 운동이라는 차원보다 은퇴 후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하면 어떨까? 노후에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좋은 일인지라 실천하기를 권장한다.

걷기는 무엇보다도 남녀노소 누구나 무리하지 않고 쉽게 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이다. 따로 준비해야 할 장비나 기량이 없어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나 혼자서도 할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걸어도 된다. 반면에 운동 효과는 최고이다. 체중 조절, 관절 강화 및 노년기에 가장 무서운 치매와 심혈관 질환의 예방에 좋다. 좋은 공기를 마시며, 햇볕을 쐬며 걸으면 면역력을 높여주는 효과까지 있다고 한다. 스트레스나 우울증 해소는 물론 자신감이나 성취감까지 느낄 수 있어 정신건강에도 좋다. 그야말로 만병통치약이다.

더구나 퇴직 후에 은퇴 후유증을 극복하거나 인생 2막을 설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치열한 경쟁과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성찰하기에는 걷기보다 더 좋은 게 없다. 걷는 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통하여 잃어버렸던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새로운 삶의 방향을 모색할 수도 있다. 방구석에서 암만 끙끙대도 잘 해결되지 않던 고민이나 아이디어도 걷다 보면 절로 풀리거나 떠오른다. 마음도 차분해지고 편안해진다. 힐링이 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타인에 대한 배려심도 생긴다. 그래서 그 많은 사람이 전국의 둘레길을 찾고,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찾아 떠나는 게 아닐까?

가끔 친구나 배우자와 함께 걸으면서 그간 마음 한구석에 숨겨놓은 얘기를 나눠보자. 막혔던 벽이 순식간에 허물어지며 관계가 돈독해진다. 부부 금실도 좋아진다. 게다가 지역의 문화, 역사와 생태까지 둘러보는 여유도 생긴다. 이번에 한양도성과 서울 둘레길을 걸으면서, 걸어야 모든 것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동차로 바쁘게 다닐 때는 지나쳤던 지역의 과거사와 발자취를 통해 역사적 교훈과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었다. 다양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삶의 의욕도 생겼다.

걷기 운동에 사진 촬영을 더하면 인생 2막의 콘텐츠로 일품이다. 성공한 사례도 많다. 명상이나 사색하기에 좋아 글쓰기엔 제격이다. 책을 발간하여 작가, 강사, 기자나 유튜버로 활동할 수 있다. 기부도 가능하다. 스마트폰에서 앱을 내려받고 걷기만 하면 마일리지가 쌓이고, 그 마일리지로 기부를 하면 사회적 약자를 도울 수 있다.

노후에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건강이며, 제일 많이 드는 생활비가 의료비이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2400여 년 전에 이미 “걷는 것보다 더 좋은 약은 없다.”라고 말했다. 걷기 운동은 의료비 절감을 돕는다. 노후에 건강도 챙기고, 생활비를 절약하는 일로 이만한 게 어디 있을까? 은퇴 전에 매일 직장에 다니며 일하던 것처럼 꼭 해야 할 일로 습관화해보자.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