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이젠 경제로 평가받을 때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입력일 2020-04-22 15:15 수정일 2020-04-22 17:59 발행일 2020-04-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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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제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는 끝났다. 결과는 역사상 유례없는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과 합해 180석을 확보했다. 열린민주당과 정의당까지 포함한 범진보진영은 190석에 육박한다. 사실상 개헌 빼고 다할 수 있는 공룡정당의 출현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이미 예견된 일이다. 코로나 19라는 전대미문의 감염 재난으로 인해 선거와 관련된 모든 이슈는 사라졌다. 이른바 ‘코로나 19 블랙홀’이 모든 선거 이슈를 집어 삼킨 셈이다. 이번 선거는 처음부터 끝까지 코로나 19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응에 대한 평가였다. 코로나 19 국면이 시작된 1월말부터 2월 중순까지 정부의 재난 대응 평가는 비교적 호의적이었다. 대통령 지지율은 40%대 중반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구와 경북에서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났고 마스크 대란을 겪으면서 지지율은 흔들렸다. 국회의원 선거에 대한 성격 역시 야당 심판보다는 여당 심판 성격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그런데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우리나라보다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과 미국의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 하루 수백명이 사망하고 수천명의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 국내 상황은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선거 국면도 돌변했다. 3월 초 순까지만 하더라도 코로나 19의 장기 국면이 집권 여당에 불리해 보였다. 하지만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방역 체계와 문재인 대통령의 위기 리더십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면서 지지율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60%에 육박했다. 국회의원 300명 의석에 대통령 지지율 60%를 적용하면 놀랍게도 180석이 나온다. 정확하게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얻은 의석수와 일치한다. 선거에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닌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높은 대통령 지지율 덕분으로 여당은 총선 압승을 거두었다. 그렇지만 선거일을 앞두고 높아진 대통령 지지율은 경제 성적표에 대한 평가는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대통령 지지율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변수는 경제, 북한, 공공개혁이다. 줄여서 경북공으로 부른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더불어 우리 경제는 가라앉고 있었다. 대통령 임기 후반기 선거는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심판과 평가다. 그렇지만 이번 선거는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도 아니고 꼬일 대로 꼬인 남북 관계에 대한 평가도 아니다. 왜냐하면 북한 비핵화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모든 평가는 코로나 19에 대한 외신 평가에 매달렸다. 경제 평가는 없었다.

아무리 코로나 19가 원인이라고 하지만 경제 팬데믹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총선 압승했다고 누적되었던 문제가 하루아침에 풀리지는 않는다. 특히 경제는 말이다. 총선 이후 국면은 경제에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세계 경제가 공동 침체에 빠져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총선직전 민심은 우리 경제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3월 24~26일 실시한 조사(전국1001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4%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향후 1년간 우리나라 경제가 어떻게 될지’ 물어보았다.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10명 중 6명에 가까웠다. 50대와 자영업층은 10명 중 7명에 가까운 결과로 나타났다. 과연 이런 결과를 두고 승리에 도취돼 있어도 될까. 총선 압승이지 경제 압승은 아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