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코로나19와 보이스피싱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입력일 2020-04-15 15:11 수정일 2020-04-15 15:12 발행일 2020-04-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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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전기통신망을 이용한 금융사기 피해가 해를 거듭할수록 급증하고 있다. 최근엔 코로나19 사태를 빙자해 비집고 들어오고, 앞으로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한 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6398억원으로 재작년(4040억원)에 비해 58%나 증가했다. 피해건수는 3만7000여건으로 건당 피해액은 1700만원, 하루 평균 17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청에 신고돼 확인된 금액이 이 정도니 실제 피해액은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피해예방책을 내놓고 있고 경찰청도 최근 각 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팀을 중심으로 수사 전담팀을 꾸렸다. 최근 경북 김천에서 금융기관을 사칭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 특별지원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다고 피해자를 속인 후 대환대출 명목으로 1200만원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사기가 발생했다.

보이스피싱은 바이러스와 유사한 특성을 띤다. 우선 변종수법을 쓴다. 어눌한 중국 말투에서 시작하더니 지금은 유창한 서울 말씨를 쓴다. 사칭하는 대상도 금융감독기관, 사법기관, 금융기관에서 친구나 친인척까지 제한 없이 넘나든다. 또 불특정다수를 향하고 있다. 노인계층 피해자가 많긴 하지만 40~50대가 반을 넘고 20~30대도 20%나 된다. 특정 연령층에 머무르지 않는다. 다만 ‘감염’되면 피해를 입는 쪽이 노년층이 높을 뿐이다.

누구든 노출되면 낚시꾼의 챔질이 기다리고 있다. 연결만 돼 있으면 감염되기 쉽다는 것도 같은 특성이다. 물리적 연결이냐 통신의 연결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예방책으로 연결을 끊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도 높게 시행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처럼 통신과의 단절은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다.

조만간 코로나19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나 지자체의 긴급재난지원금이나 자영업자지원금, 세금환급 등을 사칭한 사기행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국내 우한폐렴 급속도확산, 감염자 및 접촉자 신분정보 확인하기. news.na***.com.**.kr’ 같은 문자를 보내 인터넷주소를 클릭하도록 유도하는 스미싱 수법이 등장했다. 클릭하면 악성프로그램을 심어 금융정보를 탈취당해 금전적 피해를 보게 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우리 정부가 취한 조치들이 세계적 주목과 찬사를 받게 된 것은 초기부터 총리실 중심의 콘트롤 타워를 구축해 대응했던 점이 주효했다. 보이스피싱도 마찬가지의 접근이 필요하다. 치료와 예방, 이 두 기능이 유기적이고 일관성 있게 진행돼야 한다. 경찰은 피해 발생 후 범죄자 찾기에만, 금융당국은 피해 발생 후 확산 방지나 회복에만 집중한다면 예방에는 소홀해 질 수밖에 없다. 정보통신 관련부처가 통신사 등 정보통신업체와 피해예방 솔루션을 개발하고 이를 확산시키는 등 예방시스템 마련부터 전개의 전 과정에 관련 부처가 같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를 위해 국무조정이 나서는 것도 대안이다. 효과 측면만이 아니라 가성비에 있어서도 예방이 치료를 능가하고도 남음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

바이러스도 보이스피싱도 개인에 맡겨두면 뒷일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피해의 회복에는 사회적 비용이 들며 이는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이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