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칼럼] 초연결사회의 성공하는 노후디자인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기자
입력일 2020-04-12 16:23 수정일 2020-04-12 16:24 발행일 2020-04-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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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코로나19 사태는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엄청난 파괴력 때문이다. 그중 하나는 밀접해진 연결성의 확인이다. 초연결사회가 슬로건이 아닌 현실임을 깨우쳐줬다. 작디작은 균이 개인생활은 물론 사회 전체를 올스톱시키는 후폭풍을 봤다.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건너편에 태풍을 부른다는 비유는 사실이 됐다. 모두 연결된 삶일 수밖에 없다는 걸 체감시켜준 가혹한(?) 경험인 셈이다. 따로보다는 함께, 단절보다는 연결이 지속가능성의 전제임을 일깨워줬다. 생활도, 경제도, 사회도 매한가지다.

은퇴도 그렇다. 은퇴는 왕왕 드라마틱한 변곡점으로 묘사된다. 길게는 30~40년에 걸친 출퇴근의 루틴이 하루아침에 달라져서다. 처음엔 여유로운 집안생활도 갈수록 갈등으로 비화된다. 은퇴의 여유는 3개월이 한계란 경험담이 태반이다. 위험한 변신카드는 이때부터 만지작거려진다. 수명연장, 불확실성마저 거들며 집밖의 일과 돈을 좇자고 등떠민다. 현역과 결별한 영역에서의 새로운 후반 도전의 시작이다. 무경험 점포창업이 대표적이다.

은퇴는 단절일 수 없다. 루틴은 깨져도 사람은 똑같다. 직장이 단절되지 사람은 연결된다. 때문에 새로운 도전에의 우선순위는 사람이지 일일 수 없다. 잘할 수 있는 경험·노하우·네트워크를 갖춘 영역에의 도전이 바람직하다. 아니면 차라리 때를 기다리거나 가만히 있는 게 더 낫다는 의견이 많다. 답답하고 불안해서 낯선 도전조차 품을 수밖에 없는 시대 화두인 건 맞다. 그렇다고 신중한 접근을 버릴 실리나 명분은 없다. 유혹은 값비싸다.

은퇴 이후의 생활품질은 은퇴 직전의 제반 상황이 결정한다. 현역 말년이 어땠느냐에 따라 이후생활은 연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은퇴 직전의 실질·구체적인 노후준비가 결정적이다. 그때까진 포기도 기대도 금물이다. 똑같은 출발선이다. 어떤 노후든 현역 말년과의 연결지점일 때 새 도전은 힘을 받는다. 꼭 현역 말년의 일이 아니라도 괜찮다. 본인이 가장 잘 하는 특화 아이템과의 연결 여부가 관건이다.

낯선 창업만이 길은 아니다. 호구지책이 급하다고 위험한 다리를 건널 수는 없다. 창업은 상당한 투입 대비 빈약한 성과 창출이 태반이다. 수면 아래의 발버둥을 안 보고 성공 경험을 본인화해선 곤란하다. 골목상권의 창업판은 사실상의 전쟁터다. 본인이 축적한 경쟁적인 능력·경험·인맥을 써도 승부가 쉽잖은 무대다. 하물며 은퇴시점의 실패는 재도전조차 제한된다. 즉 한번의 선택이 최후를 엇가른다. 신중과 조심만이 버팀목이다. 최대한 보수·경계적인 노후디자인을 짜는 게 합리적인 이유다.

현역일수록 겨를은 있다. ‘현역→은퇴’를 연장선에 놓고 연결성의 부가가치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좋다. 온전히 물러나지 않겠다면 미리미리 연결고리를 만드는 편이 낫다. 후보군을 정해두고 하나둘 완성도를 높이는 전략에의 권유다. 손놓은 후 닥쳐서 맞설 때 대부분 실패한다. 노후디자인은 준비·대응 여하에 비례해 만족도가 갈린다. 초연결사회의 단절노후는 불리하다. 떠밀리면 낭떠러지다. 돈 모으는 지름길은 불리는 것보다 지키는 데 있다. 연결된 도전일 때 절벽 등반도 안전한 법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