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아내 이기려 드는 남편들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입력일 2020-04-08 14:09 수정일 2020-04-08 16:22 발행일 2020-04-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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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메신저 대화방에 ‘코로나는 내 생애 최고의 축복’이라는 다소 엉뚱한 글이 올라왔다. 아내가 코로나에 감염될까 두려워 온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어 잔소리를 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많은 친구가 ‘좋아요’를 누르며 공감을 표시했다. 코로나 여파로 모임이 취소되어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최근 부부싸움이 급증한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은퇴자들이 배우자와 원만하게 소통하며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까.

먼저 신체적, 정서적 변화를 이해해야 한다. 은퇴기에 접어들면 노화가 진행되어 신체기능이 저하된다. 우울증과 짜증이 잦아진다. 호르몬 분비의 영향으로 남자는 여성화되어 소극적으로 변하고, 여자는 남성화되어 더 활발해진다. 정서적으로도 남편은 평생 먹여 살렸으니 편히 쉬겠다는 생각이 있다. 아내도 퇴직한 남편을 돌보는 일이 신경 쓰이고, 사소한 일에도 간섭하는 남편이 부담스럽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고 서로를 배려해야 한다. 배우자를 바꾸겠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맘에 들지 않는 상대의 습관도 존중해야 한다. 눈 딱 감고 관점을 바꾸면 하찮은 일에 불과하다. 상대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빨리 포기하는 게 현명하다.

은퇴 전엔 자식 양육이 부부의 공동 목표였다. 자녀가 성인이 되면 부부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1순위가 배우자의 건강을 챙기는 것이다. 부부가 모두 건강해야 행복한 노후가 보장된다. 남은 인생 같이 갈 동반자는 자식이 아닌 배우자이다. 서로 의지하는 멋진 친구로 거듭나야 한다. 노후 설계도 당연히 배우자와 함께 준비한다.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지를 충분히 구체적으로 의논한다. 부부가 같은 취미를 갖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더 좋은 노후는 없다. 부부의 유대감 형성과 각자의 인생에서 이루고자 하는 꿈을 공유하기 위해선 부부 버킷리스트를 만드는 것을 권장한다. 달성 후 목록을 지워가는 과정에서 애틋한 부부애와 인생의 기쁨, 삶의 의미를 나눌 수 있어 좋다. 설령 달성하지 못해도 리스트를 만들고 노력하는 과정이 즐겁고 행복하다.

부부싸움은 싸우는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싸우는 방식, 즉 언어에서 비롯된다. 특히 모욕적이거나 상처 주는 언행이 감정을 격화시킨다. 자존심까지 건드리면 수습 불능의 파국이다. 부부간에도 예절이 있다. 상대를 비난하거나 경멸하는 어투는 금기다. 그간의 노고를 위로하고, 자존감을 높여주는 대화로 바꾸자. 상대의 작은 행동에도 “수고했다, 고맙다, 감사하다, 당신이 최고다”라며 지지와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아내에게 “예쁘다, 사랑한다”라는 말도 쑥스러워하지 말자. 처음엔 말하기가 쉽지 않다. 문자나 메신저 대화로 시작하면 한결 수월하다.

은퇴자들은 오랫동안 회사와 일을 중심으로 수직 조직에서만 살아왔다. 지시하고 복종하는 상하관계나 권위주의에 익숙하다. 가부장적인 권위를 내려놓고 변신해야 한다. 집안일 함께 하고, 요리하고, 건강 챙겨주고, 고충 공감해주는 다정다감한 친구가 되어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아내와는 항상 “이기려 하지도 말고, 이기지도 말고, 이기고 싶지도 않다”는 3원칙을 명심하고 실천해야 가능하다.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