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특금법이 되레 毒되지 않길

최철용 브릿지블록체인연구소장
입력일 2020-03-26 15:22 수정일 2020-03-26 15:25 발행일 2020-03-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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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용 브릿지블록체인연구소장

중국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가 팬데믹 공포에 노출되어 있다. 경제의 바로미터인 주가지수가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면서 암호화폐 시장도 동반 폭락장을 연출했다. 대표적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올해 신고가 대비 50% 이상 폭락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우리나라 국회에서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특금법)이 지난 3월 5일 본 회의를 통과했다.

이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의 권고안에 따른 법제화 과정의 첫 단추를 끼우는 작업이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된다는 것은 상식인데 과연 개정된 법률안이 제대로 관련 산업을 잘 견인하는 역할을 할 지는 알 수 없다. 특금법의 주요 내용을 보면 가상자산과 가상자산 사업자 정의, 가상자산 사업자의 신고의무, 가상자산 사업자 준수 사항 등을 담았다. 개정된 특금법은 준비기간을 감안해 1년 뒤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특금법에 가상자산 사업자의 신고의무가 명시되면서 우리나라도 사실상 가상자산 사업자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FIU가 신고를 수리하게 되었다. 신고를 하지 않고 영업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신고 수리 요건 중 핵심은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확보와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ISMS) 획득이다. 이 밖에도 대표자가 범죄 경력이 없을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금융거래 등에 포함되는 가상자산 거래 시에도 고객 확인 의무가 부여됐다. 또 고객의 자산과 사업자의 자산을 분리 보관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의심 거래 발생 시 보고 의무를 위해 고객별 거래내역을 분리해 관리하도록 했다.

이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대단히 뜨거웠다. 환영과 우려가 교차하는 등 앞으로의 정부의 행보에 촉각을 세우며 관련 기업들은 조용하고 민첩하게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고자 움직이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입장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지금에라도 꼭 필요한 법이 통과되어서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특금법 통과는 거래소의 신고 허가제를 골자로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암호자산을 다루는 금융 산업이 만들어지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거래소는 가상자산이란 용어를 디지털자산으로 명칭을 변경하기로 했다.

한국 유일의 블록체인 관련 사단법인인 ‘한국블록체인 스타트업협회(KBSA)’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특금법에 대한 업계 관계자들의 분위기는 싸늘하다”며 “무엇보다 가상자산에 대한 육성을 위한 특금법이 아닌 가상자산 사업을 금지시키는 효과를 갖는 법률만 제정된 점이 우려스럽다”란 의견을 내놓았다.

특금법은 암호화폐 거래소의 투명한 운영 및 신규 자본 유입과 함께 블록체인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모든 법안이 관련 산업의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다. 자칫 법안이 잘못 운용되면 자금세탁 방지가 아니라 산업 규제가 되므로, 정부는 이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규제를 이행할 수 있는 업체들은 현행 금융기관을 비롯해 전통 산업군과의 거래 기회가 확대되는 것이지만 규제를 이행하지 못하는 신규 스타트업들에게는 사업 자체를 수행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철용 브릿지블록체인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