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동 대기자의 자영업이야기] IMF환란 VS 코로나 위기

강창동 기자
입력일 2020-03-25 07:20 수정일 2020-03-25 07:20 발행일 2020-03-2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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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 박사

1997년 12월 3일 밤 기자가 일하던 신문사 편집국은 북새통으로 변했다. 경제부총리가 IMF구제금융을 신청한다는 사실을 한 밤중에 공식 발표한 뒤, 그 파장을 분석하는 기사들로 지면은 도배됐다.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속보와 긴급뉴스를 채우느라 윤전기는 쉴 새 없이 돌아갔다.

이후 기업과 금융권의 구조조정은 일상화됐다. 1997년 한보, 삼미, 대농, 진로, 기아, 해태, 뉴코아 등 대기업 그룹이 줄줄이 쓰러진 여파로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의 부실도 심각해졌다. 대규모 통폐합이 일어났다. 실업자가 폭증했다. 실업자들은 자영업자로 변신했다.그로부터 3년 9개월 지나 정부는 IMF에 빌린 돈 195억 달러를 모두 갚고, IMF관리체제 탈출을 공식 선언했다. 하지만 IMF관리체제 기간 중 일자리를 잃은 160여만명 대부분은 중산층의 희망을 접어야 했다.

그로부터 22년여 흘렀다. 경제위기에 대한 공포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이번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위기의 촉발제다. 맨 먼저 소비가 얼어붙었다. 자영업 시장에는 직격탄이다. 시간이 갈수록 휴폐업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IMF환란때 자영업시장이 급팽창했던 것과 정반대다. 소상공인 540여만명 중 상당수가 도시빈민화 되면 사회양극화는 더욱 골이 깊어질 것이다.

기업은 운영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항공, 여행, 관광, 해운 등 서비스업은 물론이고 석유화학, 자동차 등 제조업종도 예외가 아니다. 금융시장에선 주식, 채권, 금, 유가가 일제히 폭락하고 시장 참여자들은 달러 확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16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를 짊어진 금융기관이 온전하게 굴러간다는 보장도 없다. 부동산 하락조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금융기관들이 해외투자에서 얼마나 손실을 볼 지도 미지수다.

코로나 위기는 IMF환란보다 경제사회적 충격이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복속도가 훨씬 느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IMF환란은 아시아 일부 국가에 국한된 문제였기에 1998년 한 해 동안 한국은 마이너스 성장에 그쳤지만 이듬해 성장률 11%로 급반등했다. 당시 중국 미국 등 세계 생산·소비를 주도하는 나라들이 대호황을 누리고 있던 덕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예고되는 상황이다. 언젠가 코로나19는 사라지겠지만 ‘V’자형 경기회복은 기대할 수 없다는 말이다. 실물과 금융 시장의 복합위기가 동시다발로 진행되는데다 저출산·고령화 속도도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우리나라의 위기 해결은 결코 쉽지 않다. 바이러스와 상관없이 한국경제의 체력이 밑바닥인 까닭이다. ‘잃어버린 20년’은 누구에게나 예고없이 찾아올 수 있다.

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 박사 cdkang198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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