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이럴 거면 국회의원 선거 연기하자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입력일 2020-03-22 11:06 수정일 2020-03-22 11:09 발행일 2020-03-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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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역대 유례가 없는 깜깜이 선거가 되고 있다. 선거일이 3주 정도 밖에 남지 않았지만 유권자들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대통령을 포함해 국회 구성원을 직접 국민들의 투표로 결정하는 국민 주권은 전 세계 모두 국가가 누리는 권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선은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의 진정한 의미를 꽃피우기 힘들어 보인다. 선거는 관심, 이슈, 후보로 구성된다.

먼저 선거에 대한 관심과 이슈다. 참정권이 있더라도 투표장에 가지 않는다면 소중한 권리는 사라지는 것이다. 유권자들로 하여금 투표소로 향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은 선거에 대한 관심이다. 그런데 코로나 19라는 전례 없는 감염 재난으로 우리 국민들의 관심은 당장 죽고 사는 문제에 가 있다. 한국리서치가 한국일보의 의뢰를 받아 지난 1~2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유선RDD 및 무선가상번호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21.9%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총선의 이슈에 대한 관심도를 측정해본 결과 ‘코로나19’에 대한 관심도는 93.5%였지만 보수진영통합 등 선거관련 이슈는 41.6%로 큰 온도차가 있었다. 정당에서 앞으로 4년 간 국회에서 논의될 공약을 내놓더라도 국민들이 주목하기 힘든 환경이다.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후보자와 유권자다. 경쟁력 있고 소통 능력이 있는 후보라면 당선의 7부 능선은 이미 넘은 셈이다. 그만큼이나 후보 자신의 경쟁력이 당락에 중요하다. 정당은 유권자들로부터 환영 받고 당선 경쟁력이 있는 후보를 공정하게 잘 골라내야할 책임이 있다. 그렇지만 기대와 달리 정당들의 꼼수가 판치고 있다. 지난해 여야 몸싸움까지 벌이며 통과된 패스트트랙의 결과물인 선거법은 이번 선거가 끝나기도 전에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렸다. 소수 정당의 정치적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시도된 선거법 개정이지만 결국 거대 정당의 꼼수로 막을 내리고 있는 셈이다. 선거법 개정을 애당초 반대했던 미래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성 정당을 일찌감치 선거판에 올렸다. 그것도 모자라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비례대표 후보 순번 문제로 집안싸움에 정신이 없다.

더불어민주당도 미래통합당과 다를 바 없다. 정의당과 함께 주도적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과시킨 여당이 이제 와서 그토록 비판해왔던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었다. 두 거대 정당이 300석 중 280여 석 가까이 독식하겠다는 몰염치다.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것이다. 정치적 명분과 도의는 온 데 간 데 없고 자기 진영의 이익만 추구하는 패거리 정당으로 전락한 모습이다. 이런 상태에서 심사한 공천이 제대로 일리 없고 비례 대표 선정이 민의를 반영했을 리 만무하다.

한 번의 선택이 4년을 좌우한다. 아니 한 번의 선택이 대한민국의 운명을 갈라 놓을 것이다. 왜냐하면 코로나 19의 고통을 수습하고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야 할 21대 국회는 더 많은 숙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두 동강난 사회적 갈등을 봉합해야 하고 경제를 다시 살려야 하며 북한의 핵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누가 후보인지 조차 모르는 상황 그리고 투표소에서 감염될 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투표를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치를 생각이라면 선거 연기가 답이다.

배종찬<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