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금융상품자문업 정착 하려면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입력일 2020-03-15 15:02 수정일 2020-03-15 15:04 발행일 2020-03-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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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선거를 코앞에 둔 20대 국회가 한 건 했다. 지난 5일 금융소비자보호법(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9년간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2011년 박선숙 의원이 제안하고 이듬해 정부안도 나왔지만 국회 임기만료로 두번이나 자동 폐지됐다가 20대 국회가 문을 닫기 전 극적으로 통과됐다. 세 명의 대통령을 거친 기간이다.

이 법은 제대로 알지 못하고 복잡한 금융상품에 가입한 소비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규제체계를 정비하고 피해예방과 회복을 위한 취지로 탄생했다. 9년이나 법안이 낮잠자는 동안 2013년 1조원대의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해 수만 명의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힌 동양증권 사태가 터졌고, 작년에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가 터져 3600여명의 투자자가 수천억의 손실을 입었다. 지금도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진행 중이다.

그간 논의된 논점 중 집단소송제는 도입되지 못했고, 금융소비자가 입은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토록 하는 징벌적손해배상제는 금융사가 취한 이익의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변경됐지만 첫술에 배부를 리 없다. 이제는 모든 금융상품에 대한 규제가 시행돼 불완전 판매(상품에 대한 설명이 미흡하거나 속이는 경우 등)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고 사후구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가 도입됐다. 늦었지만 반길 일이다.

이번 제정법에서 도입된 내용 중 중요한 것은 금융상품자문업의 제도화다. 금융회사나 금융회사 상품의 판매 대리·대리업자는 상품의 권유나 설명을 함에 있어 판매 제고 쪽으로 나갈 경향이 있다. 반면 그 대척점에서 객관적 시각으로 개개 가입자의 사정에 맞는 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자문하는 자문업의 도입이 이 법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핵심 중 하나다.

그간 국내에는 예금, 대출, 투자·보험상품 등에 관한 전문 자격제도가 존재했으나 자격을 취득한 전문가들이 상담을 업(業)으로 할 법적 근거가 미약했다. 자격이래야 ‘취업 스펙용’이나 ‘승진 가산점용’ 정도였다 보니 ‘장롱 자격’에 불과했다. 자격이 있어도 비용을 받고 자문하게 되면 자칫 변호사법 위반 시비에도 휘말릴 수 있었다.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국가공인신용상담사, 각 금융협회 등이 주관하는 전문자격을 취득한 전문가가 수만 명에 이른다. 이제 이들이 합법적 자문업자로 활동할 공간이 제공됐으니 상품공급자인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정보 뿐 아니라 제3자인 자문업자가 금융소비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의 객관적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일자리도 생기는 것이니 일석이조다.

사후 처벌강화가 피해 예방적 기능이 있지만 사전예방에 비할 바 못 된다. 금융기관의 불완전판매로부터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예방적 차원의 금융상품자문업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자문업자의 질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자문업 등록과 관련해 정기적 보수교육과정을 둬 전문성을 확보하고 윤리교육과정을 필수화해야 한다. 미국의 재무설계사 제도가 자격시험 요건으로 ‘윤리’를 맨 앞에 내세우고 있는 점은 초점을 어디에 맞춰야 할지를 시사한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