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준비해야 보이는 가상현실

권희춘 한국창의과학진흥협회 회장
입력일 2020-03-12 14:33 수정일 2020-03-12 14:34 발행일 2020-03-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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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춘
권희춘 한국창의과학진흥협회 회장

최근 MBC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에서는 장지성씨가 혈액암으로 갑작스레 떠나보내야 했던 7살난 딸을 VR(가상현실) 속에서 만나 소통하는 모습을 그렸다.

“나연아, 잘 있지? 엄마는 나연이가 보고 싶었어. 나연이 안아보고 싶어.”

3년 전 세상을 떠난 딸과 가상현실에서 만난 엄마 장지성씨는 흐느끼며 이렇게 말했다. 화면 속에서 장씨의 딸이 다시 태어나 엄마와 즐겁게 대화하는 장면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인 가상현실. 현실이 아닌 가상의 환경에서 오감정보를 제공한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은 컴퓨터를 이용해 구축한 가상공간 또는 증강현실 공간 내에서 사용자가 시각, 청각, 촉각 등 오감을 활용해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공간·시간·물리적 제약이 없어 현실 세계에서는 접하지 못하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우리의 세상은 너무나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을 기반으로 물리적으로는 닿을 수 없는 곳에 실제로 방문한 듯한 느낌을 주는 실감형 신기술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많은 기업과 기관 등에서는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2차원 화면으로 대화를 하고 문서를 주고받는 것은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는 것과 비교해 현장감이나 몰입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상현실은 이제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넘어서 교육이나 체험, 현장체험 활동 등의 영역으로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안전 분야나 숙달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분야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통한 교육용 콘텐츠를 필수적으로 채택해야 하는 시점이다.

공군은 최신예 전투기의 운영과 조종사 양성교육을 위하여 가상훈련시스템을 도입했다. 육군사관학교는 가상환경에서 실제로 소총사격이 가능한 시스템을 통해 상시 사격훈련과 평가가 가능하도록 운영을 하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는 시신을 통한 인체해부를 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니 가상환경에서 인체의 해부와 수술 같은 교육과 훈련도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 경찰의 총기사고 예방을 위하여 실탄을 사용하는 권총 사격 훈련을 대신해 가상 실총 사격으로 언제든지 사격 연습과 훈련을 진행하는 실감형 사격장도 설치·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피리부는 사나이’에는 인질극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협상전문가 투입 전 인공지능 교육시스템을 통한 가상 훈련으로 미리 연습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향후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개발해야 하는 VR콘텐츠다.

미래는 빠르게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짧은 시간 안에 수많은 데이터를 집중적으로 학습하는 시대. 이게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Chance favors only the prepared mind(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 루이 파스퇴르가 한 말이다. 이 말처럼 멀지 않은 미래에 대비해 초고속 네트워크 환경에서 좀 더 현실감이 있는 VR콘텐츠의 개발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권희춘 한국창의과학진흥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