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영화 '기생충'과 판박인 한국산업구조

김우일 대우M&A 대표
입력일 2020-03-11 17:00 수정일 2020-03-11 17:00 발행일 2020-03-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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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일
김우일 대우M&A 대표

우리나라 영화인 “기생충”이 2020년 미국 최대의 영화상인 아카데미상 4관왕을 차지했다.

자본주의의 인간계층간의 불평등에 따른 갈등과 모순을 시종 적나라하게 표현한 모습에 많은 영화인과 영화팬들이 공감한 것이다.

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도 지난해 ‘기생충’을 관람했다.

반지하에 사는 빈곤한 가족의 한 일원이 우연한 기회로 부자의 한 일자리를 얻게 되자 이에 그치지 않고 가족전체가 끝까지 이 부자로부터 나올 수 있는 일자리를 얻기 위해 온갖 위선과 거짓을 일삼아 기존에 있는 다른 빈곤층을 배제하고 모든 일자를 독점한다. 그 밑에는 또 다른 극빈층이 기생충같이 붙어 살고있다. 이 빈곤한 가족과 극빈층간에 서로의 영역을 지키기위해 벌어지는 쟁탈전은 서로를 죽이게 까지 만드는 극한상태까지 치닫는다. 이 영화의 결말은 빈부간은 물론이고 빈곤층 내부에서도 근본적인 이해조정과 치유가 쉽지않다는것을 보여준다.

영화를 보고 개인차원적으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의 산업구조를 보면 딱 들어맞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현재산업구조는 대기업을 정점으로하는 피라미드식구조로 부가가치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구조다. 이른바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다.

대기업은 수많은 하청 중소기업을 거느린 계열연쇄구조를 가지고있다. 개수로는 10%가 대기업이고 나머지90%가 중소기업이지만 소득의 50%이상을 대기업에서 창출하고 나머지를 중소기업에서 창출한다. 대기업에서 창출하는 소득이 하청중소기업에 분배되는 방식으로 소득이 이전된다.

해방후 가난한 독립국가에서 잘사는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거대 대기업을 중심으로 선단형식의 산업구조를 먼저 형성할 필요가 있었다. ‘보다 빠르게 보다 효율적으로’ GDP성장을 위해서는 거대대기업을 육성하여 수출국가로서 자리잡는 것이 급선무였다.

이처럼 태생이 대기업위주로 편성된 한국산업구조는 단기간 내 전체파이는 크게 늘렸지만, 소득의 불균형을 일으켜 양극화가 일상화가 되었다.

부의 흐름이 공정하지 못하니 불공평한 사회구조가 더욱 심화되기 마련이다

대기업이 일으킨 소득이 1차벤더, 2차벤더, 3차벤더, 수십차벤더까지 하청으로 내려가는 산업구조는 아래 계층으로 내려갈수록 분배가 불공정하게 이뤄질수있는 가능성이 크다.

이런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산업구조형태를 보면 영화 기생충에서 보는 상황과 너무 흡사하다.

먼저 중소기업은 자체적인 기술혁신과 창출보다는 대기업에 하청식으로 붙어야만 생존이 가능하다. 둘째,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물량을 따기 위해서 온갖 술수와 위선을 가장하여 생명을 걸고 덤벼야 한다. 셋째 경쟁자인 중소기업끼리의 모함과 경쟁이 치열하다.

넷째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기생해 생존하면서도 대기업의 문화를 이해하지못하고 배격시하고, 대기업은 또 이 하청중소기업에서 착취를 관행으로 삼아 소득의 역이전을 도모하기도한다.

우리는 이러한 불공정하고 기형적인 산업구조를 하루빨리 청산해야한다. 개체수로 90%인 중소기업이 소득의 90%를 차지하는 공정한 산업게임룰과 고유영역을 토착화시킨다면 우리가 처해있는 소득의 극양극화를 다소나마 지양할 수 있지 않을까.

필자가 중소기업을 컨설팅할 때마다 더 이상 다음과 같은 중소기업경영자의 애걸호소가 없어지길 바란다, “딴 거 다 필요없어요. 대기업물량만 따게 해주세요.”

김우일 대우M&A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