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인생 2막, 걱정이 밥 먹여줍니까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입력일 2020-03-08 14:51 수정일 2020-03-08 16:27 발행일 2020-03-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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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오랜만에 동창회 모임에 나갔다. 퇴직한 지도 벌써 7~8여년이 지나서인지 모두 그런대로 은퇴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었다. 막걸리 한 순배 돌고, 취기가 오를 때쯤, 한 친구가 얘기를 꺼냈다. “지금까지 걱정을 너무 많이 하고 산 것 같다. 특히 퇴직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을 많이 하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지나친 기우였다.” 그렇다. 은퇴 전보다는 못하지만, 당시 걱정한 것에 비하면 그래도 잘 지낸다는 얘기였다.

우리의 은퇴에 대한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은퇴하면 경제적 어려움, 두려움, 외로움이 바로 떠오른다고 한다. 가장 걱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뭐니 뭐니 해도 ‘돈’이다. “100세까지 살 수 있다는데 40년 이상을 뭐 먹고살지?”, “노후 비용으로 최소 7억원이 필요하다, 국민연금이 고갈된다는데 어떻게 살아가지?” 등으로 이어지는 돈과 관련된 걱정이다. 고령화 속도는 빠르고, 노후 준비는 미흡하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래도 지나친 걱정은 금물이다.

심리학자인 어니 젤린스키는 저서 ‘모르고 사는 즐거움’에서 걱정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고, 30%는 이미 일어났거나 돌이키기에 늦은 일이고, 22%는 굳이 걱정 안 해도 되는 사소한 일, 4%는 대비가 불가능한 일이라 한다. 나머지 고작 4%만이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진짜 걱정거리라고 하니, 걱정이 얼마나 쓸데없는 일인지 짐작할 수 있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세상에 하물며 수십 년 이후를 예단하고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노후 자금도 그렇다. 과연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할까? 은퇴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금액은 어디까지나 통계적인 평균치로 다소 과장된 측면이 많다. 소득수준, 거주 지역, 가치관, 생활방식 등 개인이 처한 상황이 제각각 달라 일괄 적용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이런 공포 마케팅에 주눅 들거나 겁먹지 말자. 물론 적당한 걱정은 자신을 긴장시키는 장점은 있지만, 과도한 걱정은 시간만 허비한다.

그런데도 정작 은퇴가 다가오면 걱정을 하고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가오는 인생 2막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잘못된 정보로 지레 겁을 먹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련 지식을 공부해야 한다. 지자체나 평생교육 기관에서 운영하는 생애 설계 교육을 수강하는 것이 그 방법의 하나다. 그리고 걱정 대신 고민을 하자. 고민은 걱정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불안한 감정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꾸는 마음의 활동이다. ‘은퇴는 자신에게 어떤 의미이며, 은퇴 후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라는 진지한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보자. 답변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도 만들어 보자. 필요한 지식이나 부족한 역량이 있다면 학습으로 충전한다. 앞서 경험한 선배들의 성공 혹은 실패의 경험을 본받자. 멘토를 선정하여 수시로 조언이나 피드백을 받으면 자신감이 생긴다. 두려움도 사라진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은퇴자들은 숱한 고민만 하다 나이가 많다는 핑계로 시도조차 하지 않거나,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은퇴한 후에도 40년을 더 살아야 하는 100세 시대다. 지금 시작해도 절대 늦지 않다. 걱정보다는 학습과 고민을, 고민 후에는 계획 수립과 실천을 해야 한다. 걱정은 현재의 시간을 낭비하고 미래의 기회까지 망친다. 은퇴 시에 너무 걱정하지 말자.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