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괴담 잊게 하는 미담들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입력일 2020-03-05 14:52 수정일 2020-03-05 14:53 발행일 2020-03-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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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코로나19 광풍이다. 준 전시 상황이다. 어렵고 각박하고 불안하고 두렵다. TV뉴스 화면에는 며칠째 마스크를 구하려는 인파대란이다. 

이에 정부에선 마스크 판매업자의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또 생산업자도 생산량의 10% 이내로 수출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내놨지만 때늦은 대책이란 시각이 팽배하다.

이래도 여기저기서 측은지심(惻隱之心)의 따뜻함이 넘치는 나라가 한국이다. 먼저 이른바 ‘찾탕(찾아가는 목욕탕)’의 운영자인 대리기사 이대유(58)씨 스토리다. 그는 2018년 7월부터 종각역 근처에서 매주 일요일과 공휴일마다 노숙인을 위해 ‘이동식 목욕탕’을 운영한다. 찾탕은 2.5t 트럭을 개조해 만든 공간으로 1인용 샤워부스와 탈의실이 마련돼 있다. 물탱크와 보일러 펌프도 갖춰 따뜻한 물로 목욕이 가능하다.

디자인을 전공한 이씨는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고 동시에 아내까지 지병을 얻자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힘들었다. 이씨는 2018년 사업을 접고 대리운전기사 일을 시작했다. 직업 특성상 노숙인을 자주 마주쳤다. “목표는 나눔 아닌 자립(自立)”이라고 늘 생각하며 찾탕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치료병원에는 시민들의 응원메시지가 뜨겁고 경북도와 대구광역시 등 지방정부와 후원기관에는 기부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피겨여왕’ 김연아는 1억원을,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도 1억원을 대구 동신병원에 기부하며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연예인 한효주와 마동석 등이 1억원씩을 쾌척했고 강호동, 공유, 권상우 등 수십명의 연예인들과 스포츠스타들이 기부행렬에 참여하고 있다. 또 한샘은 사랑의 열매에 10억원을, 금복주(주), 금복문화재단은 경북도에 성금 10억원을 쾌척하는 등 수많은 기업들 역시 측은지심을 발휘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극복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진단키트’가 있다. 유전자 진단시약개발 제조업체인 씨젠(천종윤 대표)은 24시간 걸리던 진단을 6시간대로 획기적으로 줄인 코로나19감염 진단키트를 이번에 개발·성공했다. 현재 코젠바이오텍 등과 함께 국내 수요를 감당하고 있다.

“우린 제대로 된 검사시트도 없다.” 이 메시지는 미국 뉴욕시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내과의 맷 메카시가 CNBC ‘스쿼크박스’ 인터뷰에서 통탄스레 한 말이다.

그렇다. 한국은 코로나19의 검사·진료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진단키트와 의료진을 보유하고 또 따뜻함이 넘치는 온정의 나라다. 코로나19 광풍을 빠른 시일내에 극복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가지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 있다. 질병관리본부(질본)에서 공무원 조직과 전문가들이 유기적으로 신속한 협력의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대한의사협회 한 고위 인사는 “질본의 본부장에게는 인사권도 예산권도 없다. 질본에는 1급자리도 없고 국장급은 대부분 행시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다. 2015년 38명이 숨진 메르스 사태 이후 감사원 감사에서 행시 출신 공무원들은 대부분 빠지고 의사 출신들만 징계를 받았다. 이런 식으로 하면 누가 사명감을 갖고 감염병 대응에 몸을 던지겠느냐”고 반문했다.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