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긴급·빅컷’ 금리인하…한은 인하 시기 언제?

이정윤 기자
입력일 2020-03-04 14:31 수정일 2020-03-04 16:29 발행일 2020-03-05 3면
인쇄아이콘
20200227 통화정책방향 금통위_2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급 금리인하에 나선 가운데 한국은행도 금리인하의 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은도 조만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이면서 그 시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연준은 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1.00~1.25%로 0.50%포인트 긴급 인하했다. 연준이 정례회의가 아닌 시점에 금리를 내린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예정에 없던 ‘깜짝 인하’인데다 ‘0.5%포인트 빅컷’이다. 인하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2월 이후 최대다.

이에 한은은 연준의 기준금리 긴급 인하에 따른 영향 등을 분석하기 위해 4일 오전 이주열 한은 총재 주재로 긴급간부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오후 3시를 기해 이 총재는 기자들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내놓을 예정이다. 해당 답변에서 금리인하 ‘시그널’이 나올지 주목된다.

앞서 한은은 연준 결정이 있기 5일 전인 지난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25%로 동결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여부를 좀 더 살펴봐야 하고, 금리조정보다는 피해업종을 선별 지원하는 미시정책이 더 효과적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또 주택시장·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이슈도 동결 요인의 하나였다.

하지만 연준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사실상 금융위기 대응 수준에 준해 선제적 처방을 내놓으면서, 한은도 조만간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연 1.25%)보다 더 낮아져 금리 역전 현상이 해소된 것도 한은으로선 금리 인하 부담을 덜 수 있는 요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상반기에 두차례 더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음 FOMC 정례회의는 이달 17~18일 예정돼 있다. 3월과 4월에 0.25%포인트씩 추가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KB증권 김두언 연구원은 “현재 코로나19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3월과 4월에 각각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은의 금리인하 가능성도 고조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전염병과 경제학’ 보고서에서 “다음 금통위 개최 시기가 멀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임시 회의를 개최해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고 봤다.

NH투자증권 강승원 연구원도 “연준의 전격적인 금리 인하로 한국은행 역시 이르면 3월에 긴급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졌으며 늦어도 4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금리 인하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법은 의장이나 2명 이상 금통위원의 요구에 따라 임시 금통위를 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거 임시 금통위 전력을 살펴보면, 한은은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 27일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금리를 사상 최대 폭인 0.75%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2001년 ‘9.11 테러’ 직후인 9월 19일에도 임시 금통위를 열어 0.50%포인트를 전격 인하했다.

다만, 이주열 총재는 임시 금통위 개최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27일 금리 동결 결정 후 기자회견에서 임시 금통위 개최 가능성에 대해 “불확실성이 높긴 하지만 현재 임시 금통위까지 염두에 두거나 거론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정윤 기자 jyoon@viva100.com